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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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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추석


BY 오드리햇반 2001-10-21

결혼 십년동안 해마다 전쟁길(?)길이라 불리는 그 고속도로를
올해도 달렸다
지척에 있는 친정에는 가볼틈도 없이 너무도 먼 시댁을 다녀오느라면
그만 친정에 갈 에너지도 시간도 며칠 연휴에 그대로 빼앗겨 친정집은 명절이
지난 뒤 뒷풀이로나 느즈막히 다녀오곤했다
부모님의 얼굴이야 볼수있지만 시집 장가 간 언니오빠는 얼굴본지 오래다
남편이 내 마음을 모를리 없다

고속도로를 접하니 일찍 서둘러 출발한 탓인지 길은 뻥뚫려 있었다
벼는 벌써 고개를 숙인채 겸손한 자태로 무르익는 가을을 기다리고 있었고
바람결에 팔랑이는 햇살에 들녁은 눈이 부시도록 황금빛으로 물들어갔다
들녁을 가르며 달리는 차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버스가 있었다
"무주리조트"라고 써 있는걸로 봐선 아마도 무주로 오가는 셔틀버스인 것 같았다
몇해전인가 티비에서 무주리조트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본 적이 있는데
수려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경관 그건 일찌기 우리나라에서는
본적이 없는 마치 알프스를 연상케 하는 이국의 먼 나라로 비쳐졌다
그때 그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며 무주리조트 버스를 눈으로 따라가다
저만치 앞서가는 버스를 보며 "우리 저 버스따라 무주한번 가볼까?"

며칠 시댁에서의 며느리 노릇에도 힘든줄 몰랐고 엄한 시어머니의 곱지 못한
말씀에도 서움함이 없었다 여느때처럼 사흘밤 자고나면 그만 집에가자고 보채던
내가 닷새를 묵으면서도 집으로 가자며 남편을 조르지도 않았던건 그날 시골로
내려오는날 무주리조트에 콘도예약을 한 남편의 약발(?)때문이었으리라
그렇게 추석명절을 보내고 어머니와 작벽을 하는 동안에도 난 여유롭게 콘도에서
지어 먹을 쌀이며 어머니가 정성스레 싸주시는 음식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챙겨왔다

항상 아내를 위해서라면을 외치는 남편이지만 그날 내가 무주에 가보고 싶다고
말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전화로 콘도예약을 할줄은 정말 몰랐다
나에게도 소중한 가족들이 있었다는 것 어릴적 함께 자라온 형제자매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나눌 그 시간(명절)을 자신때문에 갖지 못한다는것에 대한 미안함이 오래동안
남편의 마음에 걸려있었나보다
그정도 쯤이야 하며 말릴틈도 없이 콘도로 예약을 하던 남편을 그저 멍하니 보며
나 역시 남편의 그정도 배려쯤이야 하며 당당하게 받아들였다

덕유산에 위치한 전북 무주리조트는 내가 상상한것보다 훨씬더 아름다웠다
산 중턱중턱에 지은 꽃말이름의 올망졸망한 이국적인 콘도들은 마치 유럽의
주택같았고 스키장과 골프장,등산로와점핑장 그리고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곤돌라는
자연의 모습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애쓴 흔적이 보였다
그 넓은 산속의 장관들이 우리가 묵은 콘도에서 내려다보니 모두 한눈에 들어왔다
자연앞에서 숙연해짐과 자연은 정말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에 또 한번
절로 탄호성이 터져나왔다
2010년 동계 올림픽을 유치한다는 푯말이 여기저기 붙어있을만큼 우리나라 최대의
규모로 손객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룻동안 꿈을 꾼 것 같은 기분은 우리가 막 리조트를 빠져나오자였다
산은 마치 우리가족을 도로에다 가만히 데려다주고 홀연히 떠나버린걸까
등돌린 산의 뒷모습이 아주 멀어져 갈때까지 아쉬움으로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역시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귀경한 시간이었으므
혼잡하지 않아 좋았다
길가에 자리잡은 벼 이삭과 농부들의 바쁜 손놀림에 잠시 미안함마저 들 정도로
여유로움이 생겼다
명절때마다 내 형제들과 만나지 못한다고 안타까워했던 남편의 배려에 우리가족은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어머님과 함께 가지 못한 아쉬움을 다음기회에 꼭 같이 가자며 남편을 위로해
주었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이 나보다 더 큰 남편이기에...

명절로 인해 주부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명절증후군이란 말까지 생긴다고한다
해결이나 대안 역시 필요하지만 시원스런 해결책은 없다
개인적으로나마 해결이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 남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많은 주부들이 힘들어하고 꺼리는 명절 남편들에게도 애교와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돌아오는길 지치고 피곤해 있을 아내를 위해 가족들과 온천이라도 함께 하고 온다면
아내의 지치고 피곤한 기분과 마음이 따뜻한 온천물처럼 개운해지고 맑아지리라
굳이 온천이 아니라도 지방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참가해 함께 어울리다보면
며칠 묵은 피로가 가시지않을까
그것만으로도 다시 활기찬 일상으로 돌아올수 있는 소박한 우리 아내들...
주어진 역활에 충실해야 하는 건 언제나 아내의 몫인양 남편들이 지나쳐서는 안된다
함께 노력하고 함께 참여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가정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고자
하는 삶의지혜라 생각한다
그것이 나아가서는 자신의 가정뿐 아니라 가족 구성구성이 하나되는 더 나아가
사회와 가정을 화목하게 만드는 지름길이 될것이다
화목이야말로 스트레스나 명절증후군같은 단어들을 없애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