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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음주운전 상습범의 얼굴 공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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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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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45


BY 녹차향기 2001-01-18

지난 해 방송국에서 아주 좋은 티켓을 받아 놓은 적이 있었어요.
아주 보잘 것 없는 글이었는데 행운의 여신이 내게 미소를 짓는 바람에 좋은 상이 돌아왔고 부상으로 제주도 롯데호텔 2박3일 숙식권이 날아왔답니다.
또 하나는 침대였고.

그 여행티켓을 받아보니 호텔에서 잠도 자고, 조식도 먹을 수 있는 티켓이었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바닷가쪽 디럭스실이라고 씌어있었어요.
인터넷 롯데호텔 싸이트를 검색해 보니 하룻저녁 자는데 수십만원 하는 방이더군요.
얼마나 황홀해요???
생각만 해도 구름 위를 날아갈 듯 좋아서 몇날 몇일을 그 티켓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았지요.
그리고 시어머님, 남편, 두 아들 이렇게 온 가족이 제주도를 날아가 보리라 굳은 결심을 하고 비자금(남편두 아는 돈도 비자금인가?)으로 마련해 둔 모쇼핑회사 주식(50주)을 처분하리라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 주식이 날이 갈수록 땅으로 곤두박질 쳐 떨어지더니 드디어 발행가 이하로 떨어지는 불상사가 빚어졌고, 아이들 겨울방학때 꼬옥 놀려가러던 계획이 무산되는 지경이 이르렀지요.
어머님은 작년에 친구분과 제주도를 다녀오셨고, 저희 부부와 아이들은 제작년에 아이들 비행기 태워준다고 다녀온 적이 있으므로 그 티켓을 다른 분께 선사하기로 마음 먹었지요.

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분께 드려야겠다....
해서, 남편과 함께 공사일을 하고 있는 곳의 건물주를 저는 떠올렸고,
남편은 함께 현장에서 직접 부딪치고 있는 현장소장을 생각했었나 봐요.
"그 티켓 소장님 드리자."
"소장님은 이 일이 끝나면 떠나실 분이니 사장님을 드리는 게 어때요?"
"이미 소장님께 운을 띄웠는 걸!"
"예? 나랑 의논도 않고 혼자 결정했어요. 난 그 사장님께 꼬옥 드리고 싶었단 말이에요. 요즘 건강도 좋지않아 병원에 입원하셨잖아요. 그러니 퇴원하시면 좋은 바람도 쐴 겸 다녀오시라고 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시겠어요? 앞으로 십년은 얼굴을 부딪치고 살텐데 처음에 부드럽게 관계를 해 놓으면 좋잖아요..."
"그래. 그럼, 알아서 해"
"드릴거라고 말했다면 서요?"
"그랬지.."
"그랬는데 어떻게 안 드릴 수 있어요?"
"싫다며?"

이럴 땐 꼬옥 남편이 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갑자기 막 서운해지는 거 있죠?
비행기표 끊어와서 우리 다 같이 떠나자 이렇게 멋진 멘트 할 줄도 모르고, 비상금도 없고, 비자금도 없는 불쌍한 남편이 불쌍하게만 보이는 게 아니라 답답하게 보이는 거예요.
'에구구... 못난 사람'
너무 솔직하고 정직하고 숨김이 없다는 것이 때때로 바보처럼 보이기도 하고 무능해 보이기도 하고.

어쩌다 하나 얻어진 그 호텔티켓이 사람 속을 긁어 놓는군요.
인터넷 화면에 나타난 롯데호텔은 오픈 한 지 얼마 되지않아 최신,호화로운 건물에 완벽한 서비스에, 더군다나 바닷가방이라니...ㅠ.ㅠ
그 티켓을 사용도 못해보고 다른 분께 드리려고 하니 속이 쓰려요.

'니들만 다녀와라...'
라고 어머님께서 말씀은 하셨지만,
막상 저희 부부만 다녀오면 얼마나 서운하겠어요?
더군다나 공짜로 생긴 티켓인데, 온 가족이 오순도순 다녀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급기야 제가 숨겨놓았던 주식을 팔기로 마음 먹었건만 그것 또한 제 뜻에 따라주지 않으니...

그러기에 여자들도 비상금도 있어야 하고, 비자금도 있어야 하나봐요.
남편 몰래 모아놓은 돈, 물론 함께 알뜰살뜰 열심히 벌고 모았겠지만 생각지 않던 돈을 내놓아 요긴하게 사용하면 남자들 눈이 휘둥그레진다면서요?
솔직한 우리 부부는 비상금도,비자금도 서로서로 아무것도 없어요.

그렇게 솔직담백해서 좋기만 하던 남편이 이럴 때는 참 야속하네요.
까짓 티켓 쯤이야 첨부터 없었다고 생각하면 되지 뭐.
그리구 우린 제작년에 갔다왔으니 오랫동안 못 가셨던 분이 가시면 더 좋지 뭐.
글구 남편이랑 같이 함께 일하셨던 분이 가셔서 좋은 시간을 보내며 우리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 우리도 좋지 뭐...
이렇게 맘 먹었어요.
그리고 그런 사소한 것에 아무렇지 않아하는 남편의 담배피는 뒷모습을 그저 물끄러미 바라보았어요.
(그래두 그 티켓 족히 60만원은 될텐데...)

돈이요?
많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돈 많이 있는 사람들은 또 걱정도 많더군요.
적어서 다행(?)이네요.
그 티켓을 포기하구 나서 마음이 꿀꿀한데 낼 사이버작가님들을
만나 가슴에 한 가득 장미꽃을 피우고 돌아올 생각이에요.

여러분!!
그럼 내일 봐용~~~
장미님! 꼬옥 참석하셔서 장미를 피워주세여.


안녕히 주무세요.


(오메...아까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