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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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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미련이 남아...


BY gsundaddy 2001-10-19

얼마전 키가 내 어깨 만큼 자란 큰아이가
수업이 끝나고 한참이 지났는데도 돌아오지 않아 속으로
걱정반 원망반 으로 발을 동동 구를때 였던것 같다.
하늘을 바라보니 참 맑고 고운 하늘이 나를 내려다 보고
있었고 아파트 베란다 건너편을 보니 살랑 살랑 부는
바람을 가르며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도 언뜻 보이는듯
했다.
"그래, 벌써 가을이 와 버렸구나!"
"나한테 귀뜸도 하지않고 지 멋대로..."
큰아이 지선이가 입학해서 다닐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새 2학년 가을 축제를 기다리고 있으니 참 빠르다.
어릴적 어른들이 하시던 말씀이 조용히 가슴에 밀려든다.
"왜 인생은 10대때는 10km로 20대때는20km로,
30대때는 30km로, 60대때는 60km 전력질주로...."
누구나가 어릴적에는 한번씩은 가졌던 소원 중 하나가
아마도 어른이 빨리 되는것 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왜 그리 서행으로 가는지...
가끔 큰 아이도 빨리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로
내 앞에서 너스레를 떨곤 한다.
그럴때면 난 나도 모르게 그옛날 나의 어머니가 하셨던
그말 그대로 딸 아이에게 해 주고는 피식 웃고 만다.
"엄마도 그러셨었지"
아마도 내 아이가 자라 나 만큼의 나이가 되었을때도
또 되 물려질 이야기 이겠지만 그건 한참을 돌아 이만큼의
노을이 질 무렵이면 누구나가 아쉬워 하는 가슴 밑 구덩의
문신 같은게 아닐까 생각 해본다.
다시 돌아올수 없는 유년 시절을 이제 두 계단 오르는
나의 딸아!
한번 간 것은 다시 되 돌리기도 물리기도 힘들다는 것 잘
배우고 조금 힘 드는 길로 돌아 가더라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엄마가 늘 얘기 하는것 처럼 "사람 다운 사람으로,
가슴이 따뜻한 남을 배려 할줄 아는 지선이가 되길 바랄께"
저 멀리서 큰 아이의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계단을 오른다.
"늦게와서 미안 하다고,저기서 친구를 만났다고..."
아마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현관을 들어 서 겠지만
오늘은 왠지 한번 쯤은 넘어 가야 할것 같다.
지나가는 가을을 지선이와 다툼으로 보내고 싶지 않아서
이기도 하지만 지선이 에게도 이 가을의 이야깃거리 하나쯤은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에서 이다
오늘도 열심히 최선을 다하며 산다지만 먼훗날 어느날
오늘처럼 그때에도 미련이 남겠지만 그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