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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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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도 부자,오늘도 부자, 내일도 부자.


BY ns05030414 2001-10-18

이모는 날 더러 그랬다.
학교라는 것이 없었으면 사람들이 날 모자란다고 했을거라고.
내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했다.
솔직히 난 좀 맹하고 계산에 밝지 못하다.
사소한 것을 셈하고 따지는 것은 날 머리 아프게 한다.
결혼도 그렇게 했다.
두 가지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분명히 한다고 했다.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인가?
둘은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가?
그리고 결혼했다.
하긴 그 두 가지를 분명히 하는 것도 내겐 벅찬 것이었음을 나중에 깨달았지만.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사랑을 한다, 안 한다를 결정한 댓가를 나중에 혹독히 치루어야 했었다.

아뭏든 난 계산이 복잡해지면 싫어하고, 할 능력이 없다.
내게 그런 능력이 없음을 알기에 복잡한 계산에 휘말리는 것을 본능적으로 피한다.

결혼하고 남편이 말했다.
"우리 재형저축에 들자."
이렇게 대답했다.
"싫어, 내일 부자이고 싶어서 오늘 가난한 것은 싫어. 난 오늘도 부자, 내일도 부자이고 싶어."
남편은 내게 가계부를 쓰라고 했다.
"싫어, 난 잔 돈 셈하는 것 머리 아파서 못 해. 절약 되는 것 보다 두통약 값이 더 들꺼야."
남편이 생명보험에 들었다고 했다.
"기분 나빠, 해약해. 당신 죽음을 댓가로 돈 받는다는 생각하면 소름 끼쳐. 당신 없으면 돈도 없는 것이 좋아. 먹고 살기 위해 당신을 빨리 잊을 수 있을테니까."

결혼하고 지금껏 이렇게 살았다.
월급 받아서 지갑에 다 넣고 다니다가, 쓰고 남으면 저축했다.
월급 밑이라고 단 한 번도 쪼들려 본 적이 없다.
월급 날을 기다려 본 적도 없다.
내 지갑 속에는 돈이 항상 넉넉히 들어 있었으니까.
남편 월급을 대충은 알지만 십 만원 단위 까지는 모른다.
내 지갑 속의 돈도, 많이 있다 조금 있다 정도만 안다.

이런 나와 사느라고 남편은 참으로 마음 고생 많았다.
남편은 이렇게 말하곤 했다.
"나는 항상 가난하고 당신은 항상 부자야."
나는 대답했다.
"누가 당신 보고 가난하라고 했어? 당신도 부자 해."
이 십 년이 넘으니 남편도 나 처럼 편히 산다.
살아 보니 내 방법이 자기 방법보다 좋더라면서.

그러나 나도 칼날 같이 정확하고 엄격할 때도 있다.
돈을 어떻게 써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때는 세심한 부분까지 따지고 고려한다.
나는 어제도 부자였고 오늘도 부자이지만 내일도 부자이고 싶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