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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부부 7 ( 사주철학 )


BY 올리비아 2001-10-18

커피한잔 머리맡에 놓고는 그렇게 거실바닥에
엎드려서는 문화센터 전단지를 촘촘히 둘러본다..

요즘 째즈댄스가 유행이라는데 그거나 함 배워볼까나..
아님 우아하게 서예라도 배워볼까..흠...

그렇게 천천히 눈아프게 내려 보던중...

옳타쿠나!!!!
이거 함 배워보자구리..

그래서 올여름 몇개월동안 열심히
배우러다닌게 다름 아닌 생활역학이었다..^^

뭐 배우다 경지에 이르면 나이먹어서
역전앞에다 부업삼아 철학관을 개업하든지..
(아님 돗자리라도 깔던지ㅋㅋ)

하여간 난 그곳을 다니면서 흥미를 갖으며 공부를 하였고
나름데로 부족한 정보는 컴퓨터에서 이런저런 자료를

찾아내어 열심히 프린트까지 뽑아 정리하면서 공부한덕에
어느덧 난 내사주는 물론 남의 사주도 볼지경에 이르렀으니..

난 누구 아는사람만 만나면 신나하며 띠와 시를 물어보며
그렇게 일명 점이라는것을 자진해서 친절히 봐주곤 하였다..

과연 잘 맞는지 안맞는지 내 나름데로의 확인작업쯤으로
예습삼아.. 복습삼아.. 그렇게 남들의 사주를 보아오던중 마침..

오래간만에 친정식구들이 우리집에 놀러들을 왔다..
난 또 때를 놓치지않고 친정엄마부터 올캐언니 동생네들

온식구들 사주를 죄다 뽑아서는 먼저 오행을 보고 그간 배운실력으로
책과 프린트를 봐가며 말 그데로 점 봐주느라 밤3시가 넘도록
우리집식구들끼리 밤잠 잘 생각도 않고 점(?)을 보아주었다..

내앞에 앉은 울엄마는 그런 나를 마치 동물원의 원숭이보듯
내 바로 얼굴밑에 턱괴고 앉아서는 신기하다는듯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ㅎㅎ(구여븐 울엄마..)

그런데 신기한건..
내가 이야기해주면 모두들 참 잘 맞는다는 것이었다.

선무당 사람잡는다고 내가 읽어준것들이 꽤 신통하게
잘 맞는다며 고개를 끄덕이는게 되자 나도 점점 재미가 나더만..ㅎㅎ..
(아~ 흐뭇해라..난 곧 계룡산으로 도 닦으러 가야 될것만 같았다...ㅋㅋ)

"흠..희영아 넌 식신이 많아서 먹을것 걱정은 안해도 되겠다.."
"정말야언니?? ㅋㅋ마쟈마쟈..난 돈복은 없어도 먹을복은 있는거 같아.."

난 이렇게 갖은폼과 무게를 다 잡으며 사주를 봐온지 어느날..

대전에 내려간 동생,올캐언니한테
허구헌날 띠리리~~ 전화가 오는게 아닌가...

"여보세여.."
"응 언니..있잖아 우리아파트201호 아줌마 사주좀 봐주라.."
"흠..나지금 바쁜데.."
"에이 그러지말고 함봐줘..그집 아저씨가 하는일이 영 안돼서.."
"에이..알써 불러봐.."
"응 **년 용띠..*월...."
.
.
"여보세여.."
"응 지영이니?"
"웅 언니^^"
"있잖아..너도 알지? 내친구 경희.."
"응 레스토랑하는 언니?"
"구래..걔 큰아들이 야구하잖니..걔가 요즘 ....."

미틴다증말..@@@

이러기를 한두번도 아니고 급기야는 울신랑까지
전화가 오더니만 자기 아는사람 사주좀 봐 달라고까지 한다..

@@미치겠다..아니 내가 무슨 점쟁이여~ 뭐여~~

우연의 일치로 어쩌다 하나 둘 맞은걸 가지고 이렇게
감탄을 하며 마치 나를 무슨 대단한 점쟁이 취급을 하니 나.원.참..

걍~ 재미로 함 봐주었더만 왠만한 점쟁이보다 훨 낫다며
뭔일만 쬠 있으면 허구헌날 내게 띠리리~ 전화를 해대니
(참내..환~장하겠네~.)

또 전화가 온다..
"여보세여.."
"응 난데 적어봐..**년 **띠..*월 *일..시는.."(←울신랑이다..- -;;)

"흠..자기도 적어봐.."
"엉?? 벌써 다 풀었냐..구래 불러봐봐.."

"음..613-52-****"
"엥??구게 뭐냐?"
"거기다 돈부치면 봐준다구래.."
"뭐??ㅋㅋㅋ 야~좀 구러지말고 한번만 좀 봐주라.."
"으이그~~~증말 구찮아 미치겠네.. 이제구만해..
구리고 이거 잘 안맞아..어쩌다 하나 맞는거지무슨.."

이젠 작전을 달리 하기로 했다..

지금은.....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게 아냐..자기노력데로 사는거야.."

그전엔.....
"운명이란 정해져 있는거야..아무리 자기가 노력해도 안돼는게 있쥐.."

이랬던.. 내가 이젠 180도 바뀐 모습으로
행여 전화라도 오면 이거 잘 안맞아...확률이야...이거맞으면
누가 이러구 살겠냐..성격이나 지나간건 맞아도 미래는 노력하기 나름이쥐..

이러며 이젠 아예 사주철학가가 아닌 마치 인생상담자가 된듯한
소리만 자꾸 되풀이 하니 이젠 주변 식구들도 많이들 잠잠..해졌다.
휴~~~

다시는.. 다시는..아는척하쥐 말아야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