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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덕! 내탓!


BY 雪里 2001-10-17


아침 출근시간은 지났는데 밀리는 차의 꼬리가 한참 길다.
신호등이 고장 난것도 아닐텐데 오늘따라 시내 진입선 신호가
짧아진것 같음은 내 맘이 조급해서 일거란 생각을 했다.

일찍오신 포크레인 기사분에게 따끈한 아침커피를 한잔건내고
일꾼들 점심준비를 해서 챙겨 놓으며,
때되면 잘 챙겨 드리라고 그이에게 신신 당부를 하고 오면서도
라면하나 끓일줄 몰라서 물만 잔뜩 끓여놓고, 간식 먹으라고 부르더라는 어제 일꾼 아저씨들의 말이 우습기도하고 어이도 없어,
오늘은 라면물까지 잡아, 불만켜서 할 수있게 해놓고 가게에 나오느라 아침이 무척 바빴다.

붐빌 시간은 지난것 같은데 꽉 밀리는 신호등 앞은
저만치 서 있는 전경의 신호등 수조작이 시작 된 다음에야
엉킨 선이 꿈틀대며 정렬을 하고 한쪽 차선의 차가 빠지기 시작한 다.
관광버스의 긴 행렬이 지난다.
낯익은 얼굴이 차안에서 손을 흔들며 아는체 한다.
"아! 오늘이 시장 노는날이구나!"
한달에 한번 있는 휴일을 장사꾼들끼리 즐기러 가나보다.
한달의 피로를 말끔히 풀고 오라는 마음으로 손을 흔들어 주었다.

옆차선의 승합차 한대가 끼어들기를 시도한다.
승용차만 통과할 수 있는 다리란걸 몰랐는지 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양보를 부탁해서 기다려 주었더니 고맙다고 "빵!"한다.

별것도 아닌데 고맙다니 기분이 좋아져서 차를 또 한번 본다.
앞에 끼워진 승합차의 유리 한모퉁이에 써진 글귀가,
눈에 확 밀려 들어온다.
그리곤,
그대로 가슴까지 전달 되어 뭉클함으로 자릴 잡는다.

"네덕! 내탓!"

더 무슨 설명이 필요 없는 글귀였다.
덕을 남에게 돌리고 탓을 내가 맡으며 사는 것!
생각만 해도 좋은일만 생기는 사회가 될거란 생각으로,
기쁘게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와 앉아 생각해보니 기분이 묘해진다.

과연 나는 그렇게 살고 있을까?
혹여 남에게 탓을 돌리고,
덕은 내것으로만 만들어가며 살고 있진 않는건가?

기고만장하여 그이에게 잘못된걸 큰소리로 따졌던일!
애들의 좋은점은 모두 날 닮았다며,
간접적으로 못된건 당신을 닮았다고 한꺼번에 그일 매도 해버렸던일!
한두가지가 아니다.
줄줄이 꼬리를 물고,
내덕이라고 외쳤던 일들이 머리속에서 부끄러움으로 변하고 있었다.
몸이 아파진거도 내탓이 아니고
나를 부려먹은 다른 사람탓인양,
속상함을 겉으로 거침없이 표현 했었던성 싶고...

짧은 두음절의 단어 두개가,
이렇도록 나를 바로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게 하도 신기해서
나도 차 뒷켠 한쪽유리에 이렇게 써 붙혀 다니고 싶어진다.

"네덕! 내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