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24

어린 내 그시절 그리워 5탄


BY 빅토리아 2001-01-18

우리가 어릴때역시 털 쉐터를 짜는 실집이 어딘가에 있긴 있었을것이다
그런데 우리 동네와 학교와 산과들을 벗어나 본적이없는 나로서는
그런 가게를 구경한적이 없었으니....
집안에 뒹구는 달아빠진 털실이 어떻게 집안에 있는 것인지도 심각하게
생각해 본적이 없지만 여기저기 동그랗게 감아져 나뒹구는 털실이 상당히 많았었다

그 당시는 집집마다 여기저기서 날씨가 추운 겨울이 되면
따스한 아랫목에서 장갑이나 목두리 머리테라든지 하는 것들을
짰었다

더구나나 시집가기전의 언니들과 젊은 엄마들은 으례것 모여앉아
고구마를 먹는다든지...가끔 동치미국물을 떠다먹으면서
무슨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지 자지러질듯이 웃으며 넘어지면서
쉐타를,장갑을 짜대었다

어린 나는 그 옆에서 내용도 모르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래도
짜보고 싶어서 바늘대도 없어서 대신 젖가락으로 겨우 엮어 허리띠라는
이름으로 마구 길게 쩔어갔었다

내가 잘못알고 있는것인지는 모르나 지금처럼 털실을 사면 가게에서
남자쉐터는 허리가 몇코이며 팔이 몇코이다...라고 가르쳐주는 데
그당시 언니들은 아무도 털실가게에서 배워다 쩐다는 소리는 들어보지를
못했다 그저 따스한 아랫묵에서 자갈 자갈 웃어가면서도
기가 막히게 무엇이든 뚝딱 잘 엮어 갔었던 것 같다

나는 그 날렵한 바늘대를 갖는것이 그 당시 소원이었다
젖가락으로 쩔어대니 끝에 뭉텅해서 잘들어 가지가 않았다
우산대 부러진것을 서툰 솜씨로 칼로썰어대어 바늘대를 깎는다고
다 깎어 내어 버린적이 있었지만 겨우 몇개 건지면 초를 발라서
마구 헝겊에 문대어 광을 내었다

그렇게만든 바늘대가 온전할리가없엇지만 젖가락보다야
몇배나 나으니 나는 기쁜마음으로 언니들 옆에서 애궂은 허리띠만 길게
그것도 계속 겉뜨기만 해대어 참 안이쁜 작품을 만들엇었다
그러고는 다시 풀고 다시쩔고...
어떤 언니는 겉뜨기 안뜨기를 조화롭게 해서 참 예쁘게 하는데 나는
계속 겉뜨기만 하고서 왜 나는 저렇게 예쁘게 되지가 않을까를
자면서도 고민한적이 있었다

조금 커서는 장갑을 쩌는 언니들의 어깨너머로 익힌 장갑을 짠다고
여기저기 바늘대을 역어놓아 쩔다가 손가락 파는 부분이 어려워 던져버리기도 했다 학교에서도 장갑이 다 완성이 되어 참 멋있게 끼고 있는 아이를보면 또 다시도전을 하다가 손가락 부분이 영 조잡하게 나오기도 하지만
끝부분은 그저 그렇게 어영구영 마무리가 되어 보기가 흉하다 싶으면
다시 던져버려 내 능력의 한계를 느꼈다

괜스레 쉬운 머리띠만 잔뜩 쩔어대었다
거기에다 구슬이 달린 머리띠를 누가 하고 학교에 오면 나도 구슬이 어디
집안에 있나 하고 온 집안을 다 뒤지기도 했다
그러나 질보다는 양으로 매사 승부를 거는 우리집은 그 조잡스럽게
앙증맞은 물건들은 거의 기대를 하지 않는것이 좋았다

그래서 미완성이 된 털실 솜씨는 어른이 된뒤에도 여전하다
애가 어렸을때 털실집에 가서 털실을 사다가 집에서 나혼자 응용을 하고
연구를 하면서 (애가 어려 털실집에 가서 배우기가 눈치가 보여)
애 샤스를 쩔어보다가 어깨부분이 칫수가 안맞는다든지
무늬가 아니다든지 하면 열심히 쩔어놓고 다시 풀어재킨다

그러고서는 아직은 맥이 빠지지 않앗을때는 다시 열심히 쩔어댄다
그러다가 또 어떤 부분이 아니다 싶으면 풀어대어 실이 다 닳아져
가늘해져 버린다

남편은 내가 털실만 잡으면 하는 말이 있다
"응...내년 봄쯤입겠군"
겨울 동안은 완성이 어렵다는 거다
그것은 나도 동감이라 그저 눈만 흘기다가 만다
어쩌다가 얼기설기 엮어놓은 쉐타를 동생이 놀러와서
"아이구 예뻐라....언니 나 저거 주라.."
했을때는 참내...그놈의 으시대고 싶은 맘이라니....
"야,야...내가 우찌 쩐건디 니가..."
"언니 또 쩔고 나주라...."
그런 대화가 왔다간지가 벌써 18년전이다

세월이 훨씬 지나고 늦동이를 본 동생이 그 애가 학교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 앉아서 허리가 휘어지도록 실을 사다가
벌써 침침해진 눈으로 열심히 쩔어서 보냈다

그 시절 그렇게도 달라고 욕심내던 동생이 생각이 나서다
그런데 이미 메이커에 중독이 된 세상에 사는 동생과 동생딸년에게
그렇게 서툴게 엮은내 쉐타 선물은 별반 반갑지 않는 선물일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못햇었다

그저 언니 마음이 지나간 일만 생각이 되고 생각이 거기에서 정지되어
한번 잡으면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쩔어대는 내성경을 잘아는지라
남편의 잔소리를 뒤로 하면서도 내 온 정성을 대해서 엮어대었다

지금은 혼자 쩔다가 또 사고라도 나면 다시 풀어대다가 애너지가 탈진되어
다시 던져버리는 불상사라도 생길까봐 털실 가게까지 들랑 팔랑 대면서
사무실을 비우는 일은 보통 정성이 아니었다
그런 나의 정서을 아는지 모르는지 멋쟁이 동생 딸이 잘 입고 있는지...

지난 시절에서 수직 상승이되어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고 계속 거기에
사는 내가 참 촌스럽지만 삭막해져가는 세상에서, 살기가 점점 어려워
지는 세상사 속에서 내가 그래도 가장 아름답게 정서를 놓치지않고
오늘을 살아내는 힘은 이런 내 주책없는 어린시절의
즐거웠던 사랑 , 포근함..그리고 아련한 그리움 같은것들이
나를 지탱하고 있는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