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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43) *가을을 노래하고 싶다...*


BY 쟈스민 2001-10-17

파란 바다에 빠지듯 파란 하늘을 만지며...
울긋 불긋 물들어가는 나뭇잎새들을 바라다 봅니다.

빨간 단풍나무 손가락 사이로 가을이 흐르고...
노오란 은행잎 고운 결에는 가을이 숨을 쉽니다.

이름을 모르는 까만 점들이 군데 군데 새겨져 있는
발그스레한 나뭇잎이 너무도 고와 한참을 서성이며
길게 목을 빼고 그렇게 서있어 봅니다.

자연이 빚어낸 색채는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질 않는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포근 포근한 솜털이 둥둥 떠다니며 떼지어 여행을 하고 있어
외로워도 외롭지 않은 계절입니다.

그 흔한 단풍놀이 한번 떠나지 못하고 사는 나는
삶의 바다에 고요로이 던져져 있지마는
아직도 마음을 울리는 음악 한곡에
진정 행복해질 줄 압니다.

계절은 그렇게 깊이를 더해가며 가을이라 하는데
나의 베란다에는 아직 여름이 머물고 있습니다.

지난 여름 정성들여 가꾼 화초들이 아름드리 푸르른 초록으로
작은 숲의 향연을 벌이며 날마다 주인없는 집을 잘도 지켜줍니다.

가을이 다 가고나면 그들에게 따뜻한 겨울세상을 만나게 해
주어야 합니다.
겨울이 끝나고 나서 새로운 만남이 약속되어 있으니까요...

내 시야 바깥쪽으로 펼쳐진 세상은
지금쯤 산들이 옷을 갈아입느라고 부산스럽고...
들녘은 온통 황금빛으로 물들어 갈테지요.

하지만 난 우울할 때도 참 많습니다.

세상고민을 혼자 짊어진 체 하는 자신이 우스워 스스로에게
짧은 웃음을 보내기도 하지만 분명한 건 나 지금 이자리에서
온 힘을 다하여 그리살고 있다고 누구에게나 말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루해가 참 길게 느껴지던 때가 엊그제인데
어느새 많이 짧아진 해를 아쉬워하면서 그렇게 하루를 접습니다.

그저 마구 헤메이고 싶은 계절이지만
어김없이 나의 자리로 돌아오고 마는 내가
맘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는 고장난 기계처럼 보일때도
있습니다.

이 시간 자연이 만들어낸 색에 흠뻑 취해볼 수 있는 나는
그래도 참 행복한 사람인가 봅니다.

아직은 떨어지지 않고 빼곡히 매달려 있는 단풍든 잎사귀사이로
이는 바람이 참 싱그럽습니다.
한껏 취하여 더 늦기전에 고운 가을을 내안으로 한아름 가져오고
싶은 걸 보면 나는 참 욕심많은 아낙인가봐요.

이제 곧 어둠이 소리없이 찾아들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해
질테지요.

가야할 곳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다는 말을 떠올려 보며
지는 해를 아쉬워 합니다.

한다발의 노오란 소국이 반갑다고 환한 얼굴로 내게
밝은 웃음을 보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환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 보려합니다.

오늘 내 삶의 노트에는 단풍물이 은은하게 번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고마운 하루입니다.


*** 아침 저녁으로 바람이 차네요.
이 방에 머무시는 모든님들의 건강을 빌어 봅니다.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