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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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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사스런 날들을 떠올리는 거 왠줄아니?


BY 바늘 2001-01-18

일년에 두번 겨울과 여름 우리가족은 휴가를 떠난다.
3년전 부터 였을거다. 장소를 한곳으로 정하여 말이다.

처음 결혼하여 휴가를 떠날 때는 우선 날짜를 잡는 것에 연연하고 그다음 장소결정 그다음 출발 그다음 도착후 난 정신 없이 이것 저것 그곳의 특산물을 사다 지지고 ?챨?하여 요리를 해먹고 왜그리 먹는것에 시간을 많이 흘려보냈던지...

그러다 88년도 인가 드뎌 콘도 회원권을 장만하게 되었다.
새댁시절 윗집에 살던 노처녀 아가씨가 결혼을 하더니 남편이 그 콘도 회사 영업 사원 이었기에 날밝으면 찾아와 줄기차게 허벌나게 투자 가치가 있다고 권하여서,그만 꿩먹고 알도 먹는줄 알고(나중에 그 회사가 망해서 본전도 만져보지 못하였음)걍 저질러서리 한 2년간 그당시 우와좀 떨었었지 (에고~ 지난간 야그 하려니 아련해지넹~~)

콘도에 가면 지하 식품점에 없는것이 없었다.
일부러 휴가 간다고 김치담그고 양념 챙기고 전날 이것 저것 보따리 보따리 챙길 필요 없고, 코펠도 버너도 수저도...

지금은 콘도가 너무도 흔한 곳이 되어 버렸지만 그당시 난 콘도 안에 놓여있는 전기밭솥에 놀라고 가지런한 사기 그릇(집에서 쓰던 것보다 훨 좋아보였음)에 반하여 만지고 또 만지고...

그다음 콘도회사가 망해버려 회원권이 공중분해 되었는데도, 한번 고급되어 뻔진(ㅎㅎㅎ) 우리가족은 그래도 때가 되면 콘도로 휴가를..


그러다 위에서 말한 그곳으로 장소를 따악 찜하여 정말 휴가 다운 휴가를 하게되었다.

혹여 요즘처럼 살기 힘들시절에 뭔 야그냐고 할런지 모르지만 내가 지금 그것을 추억하려 함은 지금 나의 상황에서 어쩌면 추억속에 한장이 될지도 모른다는 아쉼이 있기 때문이다.

에고~~서론도 길다~

그러니까 콘도에서 호텔로 휴가지를 바꿔 가게 된것이라는 그 설명을 하려고 이렇게 ㅎㅎㅎ

콘도에서 휴가지를 호텔로 바꾸니 우선은 나의 진정한 휴가가 마련된것이다.

콘도에 가면 세끼 다는 아니였으마 식사준비 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던 것인데 그것에서 자유를 누리게 되니...

아침에 눈을 뜨면 2층 로비에 있는 카페로 간다. 통유리 되어 있는 그곳에 앉아 밖을 보면 그야말로 환상이다. 물안개 피어나는 산허리며 탁트인 들판, 대리석 기둥이 근사하고 영화나 잡지에서 본 하얀색 등나무 긴쇼파와 일인용 쇼파, 그위에 꽃그림이, 촌스런 노랑과 빨깡색으로 그런데 으째 그리 잘 어울리는 것인지...

2박3일 차고도 넘치는 고런 분위기에서 차를 마시고 조식 부페를 먹고 샤워부스가 있는 욕실에서 몸을 담그고 임금님 수라상이란 맛있는 음식도 여왕처럼 폼잡고 냠냠 쩝~ 해보고,해지면 야외 레스토랑 숯불 바베큐 파티에가서리 생음악 들으며 맥주 한잔 느러지게 쭈욱~~~

에고~~~~~

이렇게 이 아침 그리 호사스런 날들을 떠올리는 것은 왠줄아니?

나 지금 말야~~

헝클어진 머리에 경방필 지하 마트에서 왜 이렇게 싼거야 하면서 사왔던 천이백원 짜리 슬리퍼 구겨신고 수술해서 헤집어 놓아서 그런가 불룩나온 배하고 움푹 꺼진 두눈하며 거울에 비친 내모양새가 좀 그래서 슬펐거덩~~~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