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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만의 시간을 갖엊습니다


BY cosmos03 2001-10-17

참으로 오랜만에... 그 사람과 둘만의 시간을 갖엊읍니다.
우린, 노래방을 갔었지요.
12000원주고 1 시간을 끊었읍니다.
카~스, 캔 맥주 하나와 매실 음료수 한개도 함께 갖고는
노래방엘 들어갔읍니다.

처음, 제가 부른 노래는 조승구의 꽃바람 여인 이었읍니다.
점수...그건 관계치 않습니다.
그거에 신경쓰면 다음곡부턴 마이크를 못 잡으니까요.
그 사람은...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한곡은 제가 부르고...
그 다음은 그 사람이 부르고..
이렇게 서로 한곡씩을 주고 받았읍니다.
가끔씩 스쳐가는 그 사람의 손길이 좋았읍니다.
가끔씩 마주치는 그 사람의 눈빛이 좋았읍니다.

살포시 내 어깨에,올려놓는 그 사람의 손을 마주 잡기도 했읍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어깨에 잠시 내 머리를 올려도 놓았읍니다.
우린, 서로가 점수따위엔 연연해하지 않고
마치, 악쓰지 못한 한이라도 풀듯...
그렇게 고래고래 소리들을 질러댔읍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나훈이의 영~영 을 불렀읍니다.
전...눈을 감았읍니다.
그 목소리가 너무도 좋음에...
그 목소리가 너무도 감미로움에...
그리고 가사의 내용 구구절절이 내 가슴에 파고 들기에...
" 잊으라 했는데.... 잊어달라 했는데~~~~~ 부터 시작되는
그 노래의 가사 끝부분에...
아니, 내가 죽어도~~~~~~~ 너를 ~ 잊지 못하네~~~~~
까지 말입니다.

그 가사의 끝부분쯤에... 제가 물었읍니다
" 정말...날 못잊어? "
" 그럼~ "
그 사람은 대답합니다.
" 자기가 죽어도? 죽을 때까지? "
" 그럼...당연한 말이지... 내가 어떻게 자길 잊어? "

행복했읍니다.
그리고...그 사람의 사랑에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 사람의 노래 중간중간에... 제 마이크에 대고 전 소리쳤읍니다.
" 오빠~~~ 오빠~~~~~~~ *** 오빠~~~~~ "
그 사람은 마구 웃었읍니다.
그리곤 또 제 손을 꼬~옥 잡았읍니다.

어느덧,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 옵니다.
그 사람은 마지막 이라며 한곡의 노래를 예약해 놓습니다.
" 우리...함께 부르자~ "
" 으~응 그래. 알았어 "

모니터에서는 "부부 " 라는 제목이 뜨고... 전주가 흐릅니다.
첫 일절은 남편이 아내에게 들려주는 노래입니다.
" 정~ 하나로 살아온 세월...꿈같이 흘러간지금~~~~~
당신의 고운 눈매 고운 입가엔...어느새 주름이 늘고... "
제 눈엔 벌써부터 눈물이 고입니다.
그리고...그 눈물이 제 뺨을 타고 흘러 내립니다
"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한마디 뿐이라오~ "

그 사람의 몫! 일절은 그렇게 끝이 났읍니다.
다음 이절은 제 차례입니다.
하지만, 어느새 전, 눈물이 아닌 콧물까지 흐릅니다
목이 콱! 하고 메어옵니다.
하지만...이절은 불러야 됩니다.
" 이 세상에...오직 한사람~ 당신을 사랑하면서...
살아온 지난날이 행복했어요~ 아무런 후회 없어요~ "

목소리가 떨려 옵니다.
그 사람은 살며시 제 이마에 입을 맞춰 줍니다.
그리곤...가슴에 보듬고 토닥거려 줍니다.
너무나 행복해 가슴이다 떨려옵니다.
"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

이젠...노래의 일절과 이절 모두 끝났읍니다.
우린,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마주서서, 서로를 바라 보았읍니다.
그리고...살며시 서로를 끌어 안았읍니다.
서로 손을 잡고 그 노래방을 나오면서...

비어버린 캔 들과 먹다남은 새우깡~ 그리고 재떨이...
휴지조각까지 우린 깨끗이 청소한 쟁반을 주인장께 들어다 주었읍니다.
사람은 항상, 쉬었다 간 자리가 깨끗해야 하니까요.
" 잘, 놀았읍니다.~ "
인사를 한후, 우린 밖으로 나왔읍니다.
밤 공기가 제법 차가웠읍니다.
우린, 서로 아쉬움에 바라보았읍니다.
그리곤... 서로의 차문을 열고... 좌석에 앉았읍니다.
이젠... 집으로 가야할 시간 입니다.

서로,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
묵묵히 앞만 보고 왔읍니다.
그 사람의 왼손은 핸들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제 왼손을 잡은채
그렇게 우린 침묵만을 햇읍니다.

이제 거의 집에 다와 갑니다.
2~ 3분 후면 집에 도착합니다.
무언가 허전 합니다.
무언가 빠진듯 싶습니다.

" 아차! "
" 응? 왜? "
" 에구구~ 계란 안샀잔아~ ...차 돌려 "
" 에라이~ 칠칠치 못한 여편에야~ "

그렇게 우린 차를 되돌려 슈퍼로 향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