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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걷히면....


BY 아침하늘 2000-07-25

내 어릴적 시골에서 안개는, 저녁무렵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냄새였다.
코 끝으로 싸하게,매캐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아 두 손을 벌려 모아들이고,동네 친구랑 숨바꼭질을 하는날,안개는 술래가 되어 날 숨겨주기도 하고..........
툭~툭~~
아주 이른 새벽,가을공기가 여린 팔뚝을 스치는 그 시간에 알밤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면 엄마는 영락없이 우릴 깨우셨다.
졸린 눈을 비비며,머리맡에 놓아두었던 낡은 손전등을 찾아 밖으로 나가면,벌써 여러명의 아이들이 등을 구부린채 열심히 알밤을 줍던 그 모습....
그 때, 안개가 척척 내리는 소리를 들으며 우린 풀숲을 이리저리 젖히고, 얼굴을 내밀다 만 작은 알밤을 발견했을때의 그 기분...바지 주머니 가득,잠바 주머니 가득,알밤이 들어차면 이제 서서히 안개가 커튼을 걷어올린다.

그 안개가 걷히면.....

우리는 십리 학교길을 따라 새로운 인생을 노래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