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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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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은 나 보다 손도 크고, 힘도 세잖아요?


BY ns05030414 2001-10-17

막내 시동생이 우리와 함께 살기 위해 왔다.
그는 시집의 골치거리다.
공부가 싫다고 대학도 다니다 그만 두었다.
군에서 제대하고 집에 있으면서 부모하고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어울리는 친구들도 모두 실업자들이다.
해가 중천에 뜨도록 방 안에서 뒹글다가 점심 식사 쯤이면 이불도 개키지 않고 나간다.
갈아 입은 옷도 뱀 허물 벗듯 그 자리에 그대로다.
밥도 못 얻어 먹고 돌아 다니다 밤 늦게 돌아와 밥상 차리라한다.
시어머니 불평은 해도 맘씨 좋다.
이불 개켜 주고, 옷도 정리해 주고, 아무리 밤이 늦어도 상 차려낸다.
그 말썽쟁이가 서울에서 인테리어 공부를 하고 싶다기에 우리 집으로 오라고 했다.
남편은 밉다고 반대였지만 내가 우겼다.
그 대로 시골에 있는 것 보다는 뭔가 해결책이 있어야겠기에.
우리 집으로 오라고 하기는 했지만 나는 시어머니 처럼 시중을 들어 줄 생각은 없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 먹고 다니는 꼴을 봐 줄 생각도 없다.

가방을 풀고 짐을 정리한 시 동생을 거실로 불렀다.
"도련님 나는 어머니하고는 달라요."
"예, 알고 있습니다."
"우리 함께 살 동안 지켜야 할 일 들이 있어요."
"말씀 하세요."
"우리 집에 있을 동안 친구들 전화는 사절입니다. 친구들에게 이 점을 분명히 해 두세요."
시 동생 떨떠름한 표정이 된다.
모르는 척 나는 계속한다.
"우리 집 저녁 식사 시간은 일곱시예요. 이 시간 보다 삼 십 분 이상 늦어질 때에는 저녁 식사 해결하고 들어 오세요. 나는 저녁 상 한 번 이상 차리지 않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나는 노력하길 바라는 게 아니예요. 준수하라는 것이지요."
"또 하나 준수할 사항이 있어요."
시 동생 얼떨떨한 모양이다.
"술을 마시면 집에 들어 올 수 없어요. 술 마신 날은 밖에서 잠도 해결하고 오세요."
시 동생 완전히 땡감 씹은 얼굴이다.
나는 할 말을 계속한다.
"도련님 군대에서 빨래 해 보셨지요? 다림질도요."
"네, 했습니다."
"그럼 도련님 옷은 도련님이 빨아 입으세요."
"네, 그러지요. 힘 든 것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도련님이 힘 들면 나는 더 힘 들지요. 도련님은 나 보다 손도 크고 , 힘도 세잖아요?"
참고로 시 동생 체격이 좋다.
키 180에 몸 무게 75정도.
나는 여자 중에서도 약간 작다. 체중도 표준 보다 약간 미달이고.

이렇게 해서 함께 살 동안, 시어머니가 길 들이지 못한 시 동생을 길 들였다는 옛날 이야기 한 토막.
약속을 내가 솔선해서 철저히 지켰음은 불문가지.
시 동생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때 약간의 잔 소리도 필수.
그 말썽쟁이 며칠 전 형수 수술했다고 병 문안 오면서 위문금도 적지않이 가져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