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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42) *한 그루 작은 나무가 되어...*


BY 쟈스민 2001-10-17

어린 아들을 가슴에 묻은 동서의 아픔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어른들은 또 낳으면 자식이라고 하신다.

너무도 가혹한 것 같아서 또 가슴이 아프다.

딸만 둘인 나에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고...
삼십대의 후반으로 접어드는 나이를 생각은 하시는 건지
잘 생각해 보라며 은근히 아들을 낳기를 권유하는 불똥이 튄다.

무엇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하는 걸까?
어떻게 하면 아들을 낳을수 있는지 대대적인 연구작업이라도
해야만 하는걸까?

내가 딸로 태어나고 자라서 여자가 되고...
딸을 낳아 어머니가 되고 보니 예전의 엄마들이 조금쯤은
이해가 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뭐랄까 그 언벨런스한 느낌...
자신도 딸이고, 여자이면서 왜 자신과 비슷한 삶을 살수도 있는
딸에게 서운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걸까?

그건 아마도 이렇게 훗날 여자라서...
아들을 낳아 한 집안의 대를 이어가야한다는 중책(?)의 임무를
띠고 마음아파해야 할 시간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몰라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살아가면서 참으로 많은 것들을 내 안에서 비워내고 싶어 했다.

자식을 두는 일이 자신의 욕심대로 되는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면서도 한사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그분들을 뵈면 가슴이
참 답답하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녀 자신의 생각일 테지만 주위에서 가해져
오는 무언의 압력이 그녀를 힘들게 한다.

주위사람들의 원을 들어주기 위하여 그녀는 최소한 10년 세월을
그곳에 바쳐야 함을 애써 모른척 하는 사람들이 싫어지려 한다.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은 결국 자신에게로 모두 돌아오고 마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하루 하루의 삶이 그저 버겁기만 한 것을
그들은 알고 있는걸까?

많은 세월이 흐른 뒤 노후까지를 생각하며 오늘도 그녀는
자신의 앞에 주워진 삶의 끈을 꼭 잡고 놓지 않으려 하는데
이젠 또 다른 끈을 하나 더 짊어지라 한다.

그녀에게 기운이 남아있는 한 그렇게 해야하는 걸까?

그런데 왜일까?

그녀에겐 기필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욕심이 생기질 않는 건...

원하는 걸 얻으려면 강하게 소원하면 이루어진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하여 아직도 그런 문제로 마음을 조려야 하는 건지
정녕 모르겠다.

한치 앞도 모르는 사람들의 삶 속을 누가 다 알랴마는
그렇게도 아들이 꼭 필요한 존재였다면 새파란 젊음으로 꿈꿀수
있었을 때 낳아야 했을 것 같다.

사는 것이 무슨 줄다리기라도 하고 있는 듯 하다.

그녀가 아들을 낳을 때까지 그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어야
하는건지...
저렇게 파아란 가을 하늘에 긴 한숨을 쏟아내고 마는 자신이
한없이 초라해진다.

오늘 따라 유난히도 하늘이 높고 푸르다.
사내의 어린 나무들도 어느새 고운 옷을 갈아 입고 서 있다.
빨갛게 ... 노랗게... 저마다의 고운 자태로 아름답다.

시리게 아름다운 하늘이 나의 무거운 마음을 씻어줄수 있을 것
같아서 아주 오랫동안 시선을 준다.

키 작은 나무가 되어 한없이 작아진 나를 모두 내맡기고
그렇게...
하늘 향해 서 있는...

그녀는 한 그루
작은 가을 나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