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군 정신전력 교육 기본교재에 독도를 영토분쟁 진행 중이라고 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20

어느 겨울의 하루


BY 들꽃편지 2001-01-17

홍매화 소식이 제주도에서 날아 온 오늘.
열흘만에 수퍼엘 갔어.
춥다고 창가에만 앉아 있었더니 나는 좋은데
집에 먹을게 바닥을 보였어.

밖은 많이 포근해 졌어.
며칠전 날씨에 비해서...상대적이거든.
내가 불행하다는 생각이 들때 나보다 더 불행한 사람을
떠 올리면 기분이 훨씬 가벼워지지.
쓰레기장 옆에 아직 녹지 않은 하얀 눈.
종일 밖에서 주차장을 안내하는 쇼핑센타 아가씨.
붕어빵을 구워 파는 아줌마.
이런 풍경들을 보면서 난 그래도 행복하구나 생각했지.

슈퍼안은 한가했어.
물건들은 풍성하고,싱싱하고,먹음직했어.
혹한의 날씨에도 사람들은 자기의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었어.
따뜻한 집안에서 조금은 슬프다고,조금은 힘들다고
얼굴 찡그렸던 나였는데...
오이,푸성귀,귤,고기,아이들 간식....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바게트빵을 샀어.

한결 부드러워진 바람.
집 앞 화단에 비어있는 살구나무.
살구꽃이 분홍 솜사탕처럼 피어 나던 봄 날을 떠올렸어.
홍매화꽃을 신문에서 봐서 그런지 겨울이 얼마 안 남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삐쩍 말라 있는 살구나무를 보면서도..

집으로 들어 와 창문을 활짝 열었어.
시원한 겨울 냄새가 온 집안에 가득 퍼지게 말이야.
화분들도 좋아라 했겠지.
쇼파도 식탁도 냉장고도 씽크대도 아아~~~~~시원타...하겠지.

커피우유 한 잔을 만들었어.
꽃그림이 있는 잔에...
자유로가 끝날쯤에 들꽃이 만발하고 창이 넓직한 찻집에서 구입한
머그잔에 설탕을 많이 넣고 달작지근한 커피우유를 만들었어.
바게트빵 세쪽과 라디오를 켜 놓고 맛있게 먹었어.
이 시간엔 꼭 라디오를 듣지.
'오미희의 가요 응접실' 커피향같은 목소리와 옛날로 달려 갈 수
있는 가요가 나와.어느날은 눈물이 그렁그렁 고이기도 하지.
슬프지만 난 이 우울을 즐기지.
하루가 저물고 있어.
창가가 흐려지고,꽃잎이 입을 다물고 있고...사랑초는 해가지면
그래.
쪼끔 남은 커피우유를 머저 마셔야겠다.
우순실의 편지가 나오네.
'꼬깃꼬깃해진 그대의 마지막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