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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누굴 닮았니?


BY ggoltong 2001-10-16

다섯살인 큰아이에게
숫자를 가르키다가
나도 모르게 자제력을 잃고
툭 터져 나온 말이 바로
'넌 누굴 닮았니?'
이 말이다..

정말 미치는줄 알았다.
한달에 삼만이천원씩
꼬박꼬박 넉달을 들였건만
아직도 일이삼사..그 놈들을
정복하지 못했다.

그게 그렇게 어렵나?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 오는 선생님
눈치가 슬슬 보이기도 하고
어쨌거나 넉달에 십까지 공부하는 돈을
퍼들이기가 아까워 그만 내가 가르치마!
팔뚝을 걷어붙였다.

난 이 아이를 세살때부터
구연동화도 해주고
간판 글씨도 또박또박 읽어주고
때때로 수 개념을 장난감으로 가르쳐주느라
쬐금 신경쓴다 했었다.
그렇다고 나같은 사람이
극성파는 아니라고 본다.
헌데 돈 삼만원 한달에 교육비로 나가는게
문제가 아니였다.
이건 원 어찌나 성질이 나는지
퍽퍽 단축돼는 내 수명선이
눈앞에 사라졌다 나타났다 그리하는 것 같았다.

'이쁜 큰딸아~ 하나는 일이야,둘은 이지?
그럼 셋은 뭐겠냐구~~~"
'엉~셋은 하나야~'
속에서 용암이 끓어댔다.
무시기?
셋이 하나야?
정말 오늘 아침은 내가 제명에 못살것만 같았다.

네살때 학습지를 한 석달했었다.
집에서 데리고 노는데 가볍게 서서히 숫자를
익히는것도 좋을듯해서 장거리게임이라 생각하고
느긋하게 숫자공부를 시켰더만
그 놈의 일에서 십까지를 석달동안 5도 못넘어가고
제풀에 둘다 지쳐있었다.
아직 때가 아닌가보다...좀더 큰다음에 하지 뭐.
그때는 이런 마음이였는데 지금은 조금 조급해진다.
어쩜 유치원에서 거의 십개월동안 익혔을참이고
집에서도 따로 공부를 시켰는데 그게 그리 힘드남?

오늘은 남은 두 딸아이를 데리고
은행에 다녀왔다.
다녀오는 길에 별별 생각이 다 났다.
내가 큰놈을 업다가 길바닥에 내붙이기라도 했나..
아님 내가 하두 엄하게 키워서 쫄아 머리 회전이
들러붙었나..
내가 문제인가..아니면 내 큰놈이 좀 늦되나..

난 정말 그놈의 숫자 가르칠때가 곤혹스럽다.
어떻게 거의 십오개월동안 기본 숫자를
헷갈려할까나..

하지만 나는 오늘도 눈 부릅뜨고
도마위에 양파를 눈물 흘리던지 뻘게지던지
아랑곳않고 죄다 다져 놓을것이다.
까짓거 눈물 주르륵 흘려가며 양파까지 썰어놓는데
이쁜 울 딸아이 조금 답답하다고
눈물 날 정도로 속터지기야 하겠는가..

더 걱정은 그 아이더러 사람들은 엄마를 많이 닮은것같다고
말하기에~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