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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쓰는 아들이 예쁘다?


BY 찔레꽃 2001-10-16

어쩌면 '돌아온 싱글'의 일기처럼 될지도 모르는 일상사를 비추게 됨을 우선 미안해 하면서...

가을날 같은 날씨였다. 가게 밖은 햇살이 넘치고 바람은 살랑거리고, 가게 문을 열기전에 오늘은 억새풀을 보러가야 하는 날인데...하면서도 문을 열어 두었다.
바로 옆 슈퍼에서 나오는 엄마, 그 뒤를 떼를 쓰며 따라가는 아들, 울고불며 따라가는 아들을 보자니 갑자기 가슴이 아려왔다. 우리 아들은 저렇게 애먹이지 않는데 그 생각을 하자니.
비슷한 나이인데 철이 빨리 들어서? 지난 '좋은 생각'에 표지 뒷장에 있던 판화가의 글을 본 적이 있는지.. 내용은 너무 어려 철들어버린 것은 가슴 아프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한 번도 정말 내가 기억하기로 한 번도 떼를 쓰고, 나는 그런 아이를 앞질러 성큼성큼 걸으며 빨리 따라오라는 채근을 해 본 적이 없다.
매일 아침 안방문을 열며 아빠가 들어왔는지(어쩌다 오는 집이니)살피고 엄마를 안아주고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한다고 달래주고 비오는 날 내가 좋아하는 테잎을 틀어주는 그런 아들만 있다.
나는 그 아들에게 네 아빠가 어쩌고 하진 않았다. 내 앞에서 아~도 이야기하지 않는 아들을 보며 잊혀진 사람이 더 불쌍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릴 때 부터 너무 알아버린 것 같다. 다른 아이들이 겪지않는 것도 지나와서 누가 무어라 일러주지 않아도 자연스레 떼쓰면 엄마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런데 이 엄만 사랑한다면서 아들에 대해 몰랐다. 떼쓰지 않으니 착하다고 생각하고 속으로는 너무 빨리 철들어서 슬픈 것은 몰랐다. 아홉살 아이는 아이다와야 하거늘...
형아보다 의젓하다고 대견하게만 생각했다.
자는 아이를 보면 슬프다.
누워서 아이 손을 당겨 잡고 언제 엄마가 네 상처를 아물게 할 수 있을까하며 운다. 아이를 생각해서 싱글이 된 것을 후회한 적은 없지만 오늘 나는 떼쓰는 아들이 그립다. 추운 겨울 어느 날 내의차림으로 아빠를 피해 집 나왔던 그 날, 그 상처를 다 잊고 "엄마 이것 해 주세요..."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