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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을 뵙고......


BY mujige.h 2000-10-02

비오는 국도를 달렸다

젖어있는 아스팔트가 검게 뻗어있고 길가에 무리지어 늘어서있는

코스모스가 어우러지게 피어 가을비에 씻기고 있었다

풀섶에는 까치들이 씨앗을 찾아 먹이를 구하려 뒤뚱이고

좀 떨어진 산을 덮은 솔밭에는 흰 왜가리 몇마리 드문 드문 앉았다

십년전 이길에 국도가 나기전에는 흰 왜가리가 꾀나 많이보였는데

환경이 변하여 그들도 떠났는지.......

금강을 건너 강둑길따라 차를 몰아 들어선곳..........

어머님을 맨 처음 이곳에 모시고 남아있는 우리 가족 애닯게 울며

마지막 인사를 하던곳.........

그리고 십년후 사랑하는 나의 남편의 몸을 누인곳.......

그리고 석달후엔 시아버님의 마지막 유택이 되신곳.........

입구에 들어서면서 부터 나의 오열은 시작되어 아무도 없는 황량한 묘원에서

살은자의 그리움을 눈물로 쏟아냈다

우산을 받혀든 손에 힘은 빠지고 눈앞은 흐려지고 허리가 휘었다

이렇게 수많은 영혼들이 여기에서 쉬는구나

당신들이 세상을 버렸는가

세상이 당신들을 버렸는가

온 묘원을 덮고 있는 저 울긋 불긋한 오색의 조화가 이 처절함을 덮겠느냐

애절하여 기진한 가슴들이 얼마나 이곳을 찾아 오열 하겠는가

하늘은 무거워 내려앉고 하얀 운무는 산허리를 감싸는데

갈무리 해야할 이 나머지 정을 어찌해야 할까

그의 곁을 빙빙돌며 이얘기 저얘기 두서 없이 하고 나니

그이야 알아듣던 못알아듣던 조금은 후련 하다

망연한 마음으로 그사람의 비석을 쓰다듬어 보고

다음에 나의 이름이 씌어질 아랫자리의 공간에 시선을 묶는다

이곳이 나의인생을 마칠 마지막 자리가 되어야 하는 것을 확인 하니

나 또한 죽은자의 느낌이 되어간다


팔개월전 지아비의 몸에 흙 한삽 떠올려 뿌려 드릴때......

아 .. 난 이제 더이상 산사람이 아니다...난 이제 부터 죽은자..

오직 그 한마디만 되풀이 하고 있었다

아아..당신이 나에게 했어야 할일을 내가 하다니.....나를 묻어주고

당신이 나중에 오겠다고 했던 약속을 이렇게 저버릴수가 있는거요..


산위에서 내리 달리는 비바람이 하나도 싫지가 않다

뒤돌아 보며 그이에게 뒷모습 보이는 내가 너무도 죄스러워서

다시 눈이 흐려진다

다시 올거요..... 다시올께요......


되짚어 오는길에 비는 그치고 황금색 벼가 알알이 ?岷載“?있다

금강물색이 맑게 흐르고 비에 ?江保?들녘이 한결 뚜렷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