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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죽 한그릇이 서럽다...


BY ggoltong 2001-10-15

나는 퍼주기를 좋아한다.
원래 천성이 계산하고는 담을 쌓고
그저 본능적으로 조금은 맹할만큼
그렇게 퍼대주기를 좋아한다.

주위사람들이 내가 끓인 음식은
어쨌거나 맛있다고들 했다.
내 친정엄마..오늘 아침에는
호박죽 어찌 끓였냐면서
내 귀를 즐겁게 하시는 말씀만
잔뜩 해주셨다.
칭찬을 들은 아침은 참으로 행복했다.

허나 그 호박죽이 서럽게 느껴지는 오후로
돌연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

손수술해서 음식을 만들지 못하는
이모한테 밑반찬을 만들어 줬다.,
고맙다고,애들 데리고 만드느라 수고했다고 한다.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허나..
오늘 내 호박죽을 갖다드시기 위해 오신
이모님은 호박죽을 드시면서
추석때 어떤 어떤 선물이 들어왔는데
더덕 향이 참 좋더라.
그래서 누구 누구 줬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 더덕은 엇그제 내게 요리법을 물어보신
그 더덕이였다.
별로없는것 같아서 달라는 말 하지 않고
나는 더덕이 비싸서 도라지를 구워먹는다고
한마디 하고 말았건만
너무나 고맙다는 나는 제껴두고
비싸디 비싼 더덕을 다른 친분있는 친척한테
줘버렸다.
더덕 몇뿌리 못먹어서 섭섭한거 아니였다.
어쩜 내게는 그런 인심 쓸 생각도 들지 않았는지
나란 존재가 참 하찮게 느껴졌다.
이런 일이 나는 참 자주일어난다..
늘 내게 고맙다하면서도 막상 조금은
베풀어도 될 성 싶을때
가장 먼저 제껴두는건 바로 나란 사람이다.

기분 되게 나빴다.
그깟 더덕 이젠 줘도 안먹는다.
이모 뿐만이 아니라 손에 꼽으라면
발가락도 합심해야한다.

늘 이런 묘한 법칙이 나를 따라다니는
나는 참으로 인덕에서도 불운한 그런 사람인가보다.

이모줄려고 아껴먹었던 찹쌀 가루 쫀득거렸던
그 호박죽 한그릇이 새삼 서러워진다..

이젠 나부터 챙겨먹어야지..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