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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한다발의 행복


BY monolin 2001-10-15

가을이라고 여기저기 억새에 갈대에 흐드러지는데 우리집엔 얼마전에 사다 놓은 국화 화분 두개가 시름시름 꽃도 못피우고 죽어가고 있다.
화분을 사다 놓을 때는 국화꽃이 피면 우리집에도 국화향 가득한 따뜻한 집이 되겠지 나갔다 들어오면 기분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들뜬 마음으로 남편을 조르고 졸라서 산 화분이었다. 화분 두개 사는데 남편 허락까지 받아야 하는것은 우리집에서 한달을 버틴 화분이 하나도 없고 나는 정성을 다 하는데도 불구하고 며칠을 못 버티고 단명한 불쌍한 화분들 때문이다.
남편은 또 불쌍한 화분들 죽인다고 걱정을 하였고 나는 걱정말라며 잘 키울거라고 보란듯이 키워 보려했으나 이번에도 여지없이 나는 남편에게 잔소리를 들어야만했다.
꽃봉오리까지 맺힌 화분들이 우리집에 오자마자 꽃이 피는가 싶더니 죽어가고 있다.
가슴이 아프긴 하지만 국화가 활짝 핀 화분은 포기하고 화원에서 국화 한 다발을 샀다. 향이 아주 좋은 .....
국화 한다발을 안고 집으로 오는 차안에서 어디다가 꽂아 놓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왔다. 집에는 아들녀석이 학원을 가기위해 준비하고 있었다. 꽃을 보자 마자 아들 녀석은 바빠지지 시작 했다.
꽃을 어디다가 어떻게 꽂을 것인지 화병은 있는지 꼬치꼬치 묻다가
자기는 화장실에도 꽃을 꽂고싶다더니 내가 말할틈도 주지 않고는
양치컵을 닦기 시작했고 몇 송이의 국화꽃은 아들손에 의해 양치컵에 담겨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물을 많이 담아주어야 오래 살겄 같다면서 물도 가득담아서....
식탁에도 몇 송이 올려 놓고 화병에도 몇 송이 꽂아두고..
조금있으면 딸과 남편도 집으로 올 것이다. 국화 한다발의 향기 가득한 집에 오면 어떤 표정들을 지을까? 오늘저녁 반찬은 김치만 있어도
맛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