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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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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의 가을 여행 이야기


BY 강향숙 2000-10-02


일요일인데도 남편은 회사에 갔다.
30대의 끝자락 에서 맞이하는 가을은 내게 허전함으로 그렇게 소리없이 다가왔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코스모스만 바라보아도...
바람에 소리없이 흔들리는 갈대만 바라보아도...
왕소금을 뿌려놓은듯...
그렇게 들판에 가득 피어있는 이름모를 흰 들꽃만 바라보아도
이 가을의 풍경이 슬프도록 아리게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때문일까?

옆집사는 선이한테 전화가 왔다.

"드라이브 안 갈래?"

가장이 없는 일요일을 아이들과 할일없이 무료하게 보내던 나는
부랴부랴 채비를 했다...

"초록이네도 전화해봐..."

세 여자의 외출이 시작되었다.
'안성 미리내'성지가 가까워서 우린 그곳으로 차를 돌렸다.

'미리네 성지' 가는 길목엔 황금색으로 물든 들판이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리고 동네 아낙들은 길가의 은행털기에 바빴다.
정말 여유로운 풍경이었다.

가족과 함께 가끔 가던 예지촌 까페를 지나서 '미리내 성지'에 도착했다. 수녀님들이 계신곳이라서 그런지 너무 조용하고
산책하기엔 그만이었다.
오랫만에 가을을 느낄수 있었다...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나무벤취에 앉아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놓고 세 여자의 가을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각박한 삶이라 하지만 자연이 주는 넉넉함 속에서 이렇게 포근한 정서를 느끼며 정말 오랫만에 일상적인 삶의 시간들을 잠깐이나마 벗어나 있었다...

어슴프레 산자락에 내려앉는 저녁공기를 느낌으로 맞으며 우린 그렇게 가을을 이야기하며 느끼고 있었다...
세 여자가 맞이 하는 가을은 모두 제각기 색깔이 틀리겠지만
우린 너무도 행복했다...

거창하게 계획하는 여행길이 아니더라도 단조로운 삶의 일상들을 잠깐이라도 벗어나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고 감상할수 있는곳이 우리주위 가까이에 있어 ?아볼수만 있다면 우리 생활에 있어 커다란 활력소가 되리라 생각해본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으면 우린 다시한번 가을 여행을 하기로 약속하면서 잠깐 동안의 짧은 여행길이었지만 내 가슴에도 풍성한 가을풍경을 수놓고 있었다...

이 가을 난 그렇게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