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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풀의 행복


BY maldives 2001-10-15

설래였다
신랑과 얼마만에 떠나는 여행인가? 어떻게 하고 가지? 옷은? 머리는? 참, 도시락은?
이런 고민을 해가며 토요일에 잠을 설치며 혼자서 요런저런 생각을 했다
누군가 옆에서 살며시 건드리며 빨리 일어나라 한다 신랑은 늦었다며 빨리 서둘러 가자며 재촉을 해댄다
맞아 오늘은 신랑이랑 여행을 가지 이런 꿈꾸느라 늦잠을 다자고
난 스피드로 씻고 화장을 하고 또 아침밥을 지어서 차리고 배낭에 넣고 갈 빵 과일 음료수 물 이것 저것을 챙겨넣고 설레이는 마음에 들떠있었다 신랑과 아침식사를 마치고 우린 차에 몸을 싣고 떠났다
어느새 들녁이 그렇게 황금색으로 변했나? 그리고 은행나무 잎들은 언제 노랑옷으로 갈아입고 있는지? 암튼 난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연신 환호성을 지르며 나만의 행복감에 젖어 들어들었다
한참을 달려간 곳은 민둥산
힘들지 않으니까 한번 정상까지 올라가자는 신랑의 말에 이제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한발 한발 내딛었다
첨에는 힘들지 않더니만 세상에 가면 갈수록 숨이 가빠지면서 쉬어가는 횟수가 잦아졌다 신랑은 힘들면 그냥 내려가자며 그래도 아내와 아기를 생각하는데 난 온 이상 정상에서 사진도 찍고 또 억새풀을 보아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오르던 우리에게 어느새 정상이 바로 앞에서 빨리 오라며 손짓을 했다
세상에 이렇게 멋있다니? 정상의 억새풀은 정말 장관이었다
다음주에 억새풀 축제라는데 ...
바람이 부니까 휘어지면서 흐드러지는 억새풀은 너무나 부드러워 보였고 그 속에서 사진을 찍으니 작품 그 자체 였다
난 오랫만에 정상에서 저 먼곳을 향해 야호를 외치며 좋아 했고 신랑은 그런 나의 모습들을 사진에 담느라 바빴다
우린 준비한 방울 토마토와 빵 오이 과자를 먹고 한동안 올라오면서 흘린 땀을 식혔다
내려오는 길은 훨씬 수월했다 풀때문에 미끄러운것만 빼면 좋았다
그렇게 즐거운 산행을 마치고 내려오니 어느새 주위는 어둠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 힘들었지만 그래도 정상을 다녀왔다는 뿌듯함이 내내 가슴속에서 행복으로 차곡차곡 쌓이고 있는것을 느낄수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우리 부부에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로 정말 보람찬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