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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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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보내며.


BY 김경아 2001-10-15

가을을 보내며


바람이라도 난 듯 가을이 서둘러오더니 그렇게 서둘러 가려 합니다.
금새 또 지나가 버릴 듯하여 붙잡고도 싶습니다만
그것도 분명 내 맘으론 되지 않을것입니다.
소녀적엔 가을이 오면 이쁘게 단풍든 나뭇잎을 줍기도하고
들꽃들을 줏으러 다니곤 했습니다
책갈피에 꽂아 두기도 하고 코팅을 해서 친구에세 선물을 하기도 했더랬죠.
근데 이 나이가 되고 보니 가을이 짙어질수록
해 논거 없는 내 지나온 길을 더듬게 됩니다.
남의집 감나무는 잎사귀는 없어도 감은 주렁주렁 매달렸는데
우리집 마당에 있는 저 감나무는 잎사귀만 주렁주렁하고
감은 몇 개 매달려 있지 않을까?
바보같은 감나무가 꼭 나와 같다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무엇을 하며 지금껏 살아왔는지
두 아들에,건강하고 자상한 남편 .. 남들이 보면 다 가진거 같은 그런 삶의
모습인데
왜 이렇게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쉬움의 투성이로 자리매김을 하는것인지..
이런 생각이 들때면 전
서둘러 책이란 책은 다끄집어 내놓고 이거저거 정신없이 읽곤 합니다.
남들이 사는 모습이 궁금하기도 해서지만 정작은알수 없는 불안감때문인지
도 모르겠습니다.
머리는 굳어져서 영어단어 하나 금방 외기 힘들어진 내모습.
어느듯 목소리만 높아지고 잔소리만 늘어가는 그저 아줌마의 모습으로만 남
는게
두려워지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라도 떨면 괜찮아 질려나 싶어 나가봐도
돌아오는 길은 왠지 허무하다란 생각뿐입니다.
누군가가 그랫다죠? 당신이 의미없이 보낸 이하루는 그누군가가 간절히 살
고 싶어 하던 그
하루라고.. 참 맘이 아픕니다.
그 누군가가 정말 살고 싶어 했던 그 하루는 어떤 하루였을까요..
오늘은 가만히 생각을 해 보아야 겠습니다.
어느 먼훗날 눈감는 그날이 와서 ..
\\'너 정말 잘 살았다......\\' 하며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는 그날을 위해서
말입니다.

내 창가로 뽀얀 연기가 올라갑니다.
어느집에선가 낙엽을 태우나 봅니다.
그렇게 쉽게 보낼수는 없는데
바람에게라도 의지 하여
뒹굴수 있게 내버려 둬 달라고
일러 두어야 겠습니다.
이렇게 쉽게 가을을 보낼수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