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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게 쓰는 편지(2)


BY 물봉선화 2001-01-16

어릴적에 바다 앞에 서면 그렇게 무서울수가 없었습니다.
겁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겁이 많아서 도망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도망가지 않아야되겠다고...몇년을 버텨왔지만...
이젠 기력이 쇠잔한 내 자신을 봅니다...
어느것 하나 자신이 없습니다...

바닷가에서도 나는 늘 혼자였습니다.
시를 외웠습니다...
시인이 되고 싶었습니다...그래서 윤동주의 시를 외우고 하이네의 시를 외웠습니다...닳도록 외우고 나면..내 마음이 얼마나 가난한지 알수 있었습니다...밤새...바닷가를 거닐다가...편지를 썼습니다...편지를 쓰고 나면...그래도 후련했습니다...그렇게 많이도 썼는데...이젠 편지를 보낼 주소가 없습니다...
그래서 쓸수가 없었습니다...

나는 편지 쓰기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부치지 않아도 읽을 수 있는 편지를 쓰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내 편지를 읽고...
한숨 지을지라도...
써야되겠습니다...
달맞이꽃이란 아이디를 버려야되겠습니다...
나만 쓰는줄 알았는데...이미 쓰고 계신분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픈 이름이지만...물봉선화를 다시 써야되겠습니다...

지금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요...
갈 수가 없습니다...
이젠 바다에 가면...아픈 기억들이 새록새록 피어나니까요...
그래서 갈 수가 없습니다...
가더라도...설혹 가더라도...
그저 지나치겠지요...

바다를 보고 싶습니다...
아픈 바다를 다시 보고 싶습니다...혼자가 아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