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76

나도 때론 블랙커피가 마시고 싶다..


BY 올리비아 2001-10-15

여름내내 힘좋게 어지럽히던
녹음들이 창밖에서 서서히 지고들 있네..

개성없이 푸르름 하나로 지내던 녀석들이
어느덧 가을햇빛에 서서히 자기들 모습

예쁘게 보여 주려고 벌써 소리없이
밤새 부지럼들을 피우고 있어 보였다..

난 아직 너희들과 함께 할 준비도 못했는데
너희들은 벌써 옷을 갈아 입고서 기다리고 있구나..

그새 가려고...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

이젠 아침이 되면 손끝이 시려워
가스렌지위 주전자에 물한컵 부어 넣었다..

하늘엔 마치 분열이 일어나는듯,

어느 한곳은 먹구름 가득하고
어느 한곳은 햇살이 비추기도하고..

내맘과 어울리는 하늘을 바라 보라는
하늘이 내게 주는 또 하나의 여유인가..

성질급한 주전자가 급히 나를 부른다.

작은 티스픈은 자기의 고고한 임무데로
아침을 시끄럽게 움직이고 있다.

커피와 설탕과 프림을 적당히
그렇게 또 순서없이.. 습관처럼..넣고 있었다..

늘 그렇게 세가지의 조화의 맛을 느껴보면서
문득 오늘아침 블랙커피가 생각나는건 왜 그런건지..

씁쓸한듯한 첫느낌..
그 씁쓸함을 넘기고 난뒤에 남는 깊은 여운의 향..

음...
그래 바로 첫 사랑 같은맛..

깔끔한 뒷여운으로 마시게 되는 블랙 커피를
언제부턴가 난 이미 여러가지 믹서된 커피를

마치 내삶의 모습인양 그렇게 마시고 있었건만..

모든게 떠나려고 하는 이 쓸쓸한 계절에
문득 블랙 커피향이 그리워지는건 왜일까..

독특한 향 하나만 가지고 싶음일까..

지는 낙엽을 보며 문득
블랙 커피같은 사랑이 그리워지는건 또 왜일까..

이젠 그런 블랙 커피같은 사랑..
하기엔 이미 너무 늦어 버린것일까..

그래서.. 아쉬워서 더 그리운것일까..

아마 그런가보다..ㅎㅎㅎ
그래.. 이미 난 단맛과 부드러운 맛을 배웠기에

감히 자기만의 향 하나만을 고집하는
블랙 커피는 이제는..도전이.. 되겠지..

어느새 이렇게 용기없는
나이가.. 되어 버렸구나..

때론 블랙 커피향을 닮은 여자가 되고싶고..
때론 블랙 커피향 닮은 사랑을 하고 싶은걸

애써 가을탓으로 돌리는 영악함도
갖고 있는 영리한 아줌마가 되었으니...ㅎㅎ

순수하고 청순했던 나 혼자만이 존재했었던
톡톡튀는 블랙 커피향 같은 난..

이젠 프림과 설탕없이 마시지 못하는 ..
그렇게 편하디 편한 그런 커피를 닮은 내 모습으로

오늘 아침에도 늘 그러하듯..

그런 같은 맛으로..
그런 같은 모습으로..

그렇게 날 닮은 나를 마신다..

오늘 같은 아침..

나도 때론..
문득 블랙 커피가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