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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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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말리는 부부 5 (웃기네~)


BY 올리비아 2001-10-15

9년전 난생 처음으로... 비행기에 오르던날....

촌스런 이 아즈메 서방님 따라 유럽여행을 가게 되었으니
며칠전부터 가슴이 두근반 세근반 그렇게 설레이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제주도를 갈 기회가 있을때마다 운명의 장난탓인지 못가곤
그때까지도.. 아니 지금까지도..사실 난 아직 제주도도 못 가보았다..

그러니 그때까지만해도 난 아직 비행기도 함 못 타보았던 것이다...

당시 남들은 동남아를 다녀오네 어쩌네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고
난 언제나 동남아라도 함 가보냐며 그네들을 부러워 하던중,

드뎌 동남아도 아닌 유럽여행을 간다하니 난 주변사람들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으며 그렇게 여행갈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한가로히 여유가 되서 여행을 가는게 아니었고
남편의 사업차 난 한마디로 "덤"으로 따라가게 되었던 것이었다..

드뎌 내가 살고있는 반대방향의 세상을 돌아볼 날이 다가왔다..

아이들은 대전 올캐언니네 집에 맡기고 모처럼
우리부부 새벽일찍 짐을 꾸려서 공항으로 향했다..

옷과 비상약도 챙기고..
현대무역센타에서 공항버스를타고 김포에 도착하자
촌스런 이 아즈메 여기저기 둘러보며 일행을 기다리고 있는데..

울신랑 넌지시.. 다가와 내게 말을 건넨다.

"야..너 비행기 첨 타보지??"
"웅.."
(칫!! 자기는 좀 다녀봤다 이거지..잘난척은..피~)

"너 아마 비행기 막 뜰때 오줌쌀지도 몰라.."
"뭐?? 참내..웃~기네.."
"정말이야..비행기 이륙할때 얼마나 무서운지 아냐??"

사실 우리부부는 고소공포증이 좀 있다..
지금도 놀이공원에라도 가면 아이들은 겁도없이
열심히 이것저것 올라타며 신나게 놀고 있지만

우리부부는 카메라 어깨에 메고는 아이들 사진이나 찰칵찰칵 찍어주고
어디 엉덩이 붙힐데만 있으면 앉아서리 지나가는 사람 구경하며
눈과 입만 열심히 움직이는 놀이공원에 별 도움이 안돼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우린 그져 땅밞고 다니는 안전도 높은 놀이기구만 주로 즐겨탔고,
88열차와 같은 그런 공중전 속도전같은 놀이기구는 눈으로만 즐겨탔다..

눈으로 타는것도 거 무쟈게 스릴있다.."
"우와~~~디따 무섭겠다"하며 타는사람보다
올려다보는 우리가 더 크게 소릴 지른다..ㅋㅋ

그렇게 고개들어 올려다보던 88열차가 종착역에 정지하면
그네들과 함께 우리도 마주서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곤 하였다..
.
.

"정말이라니까.."
"음......정말??"
"구래..나도 첨엔 무지 겁나더라.."
"음...."
(아무래도 안돼겠다..)

"잠깐만..저기..나 화장실좀 다녀올께.."
"ㅋㅋ 구래.."

믿거나 말거나 속는셈치고 화장실을 다녀와서는
드뎌 일행들이 모두 모이고 예정된 시간이 되자 우리들은
모두들 비행기안으로 들어가 자릴 잡고 앉아 있었다..

"무서우면 내가 손 잡아줄까?"
"ㅎㅎ참내..무섭긴..괜히 손잡고 싶으니까구치??"
"참내..너 비행기 곧 뜨면 아마 무서워서 숨도 못쉴걸.."
"음...구래?...알써!!"

그렇게 우린 두손을 꼭 잡고 비행기가 이륙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드뎌..기체의 움직임이 서서히 몸으로 느껴진다..
(음..이제 출발하는 모양이다..)

비장한 각오탓인지 뭐 좀 두근거리고 무섭긴 했지만
기내안의 편안한 분위기탓인지 그런데로 견딜만 하였다.

좀전보다 더 높히 오르는듯한 느낌이 또 느껴진다..

그런데..
갑자기 그와 내가 잡은 손에서 묘~한 압박감이 느껴온다..

나를 위한답시고 내손을 잡아준 그의 손이 내손을 얼마나
힘껏 잡고 있던지 급기야는 내손이 너무 답답하게까지 느껴지자 난,

옆에 앉아있는 남편의 얼굴을 쓰윽하고 올려다보니 ..
내!참!.. 기가 막혀서리..@@

세상에나..
이 남자.. 하고있는 모습보소..

입술은 꼬옥 다문채 머리는 의자 깊숙히 쥐어박은 모습으로..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질려있어가지고는 두눈 지긋히 감은채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듯한 모습으로 그렇게 앉아 있는게 아닌가..

"자기.. 왜그래??"
"..............."

홈마야...@@@
말한마디 못하고 침묵하고 있는 그이가 난 너무 웃겼다.ㅍㅎㅎㅎ

비행기가 하늘높히 자릴 잡고 안정권에 들어서자..
울 신랑 조용히 내게 하는말..

"흠...있잖아..난..착륙할때보다 이륙할때가 더 무섭더라.."
"뭐라구? 참내.. 기가막혀서..구러면서 아까 나를 그렇게 놀렸냐?"
"ㅋㅋ "^^;;
"비행기뜰때 오줌쌌다는 사람 혹시 자기 아냐?"
"엥?? 뭐라구?..야 그야 농담으로 한말이쥐.."
"웃기네~~"

ㅋㅋㅋ
참내 어이가 없어서리..
이 남자 정말 웃기지 않아여??

지상전은 강한데 공중전에 약하다는 이남자..

그래도 땅밞고 살일이 더많은것 같으니
걍 델꾸 살아야겠지여??ㅎㅎ

정말 그때 저..
그런 남편보고 무쟈게 웃었답니다여..ㅍ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