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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마시는 소주


BY y71candy 2001-10-15

난 가끔 혼자서 소주를 마신다.
매일 늦는 남편이 아니고도 소주를 마실일은 많다. 내 고독때문이다.
부부가 한집에서 한침대를 쓴다고 그게 어찌 같은 인생이랴?
난 이 진리를 너무도 일찍 깨달은 탓에 오래전부터 고독하다.
소주는 내 이웃이며 내친구다.
어느날은 유난히 쓰게 느껴져서 한잔이상을 못마실때가 있지만 가끔 남편몰래 마시는 소주는 내게 여유를 준다.
속상한날은 세잔쯤 마시고 실컷 울고나면 그래도 맘이 후련한것이 누구에게 수다로 푼것보다 허탈하지 않아서 좋다.
남편?
내 생각 내 느낌을 함께 이야기하고 전달조차 하기 어려운사이라면 그게 아이들 아빠 이상의 어떤 가치가 있을까.
본능 이상의 것에는 관심도 없고 귀찮아서 생각도 하기 싫은 사람이라면 내 지나친 매도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순한 남편보다는 불안하거나 내 이기때문에 외로운날에도 다소의 안정감과 마음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소주는 날 배신하지 않으리라.
냉장고에 반병쯤 남은 소주...
떨어지기전에 내일은 한병더 사다가 넣어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