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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고 이쁜 남편의 술 주정


BY ns05030414 2001-10-13

남편은 성미가 급한 사람이어서 화를 잘 냈다.
불평불만도 많았다.
술 먹고 온 날은 윗 사람, 아랫 사람에 대한 불평불만이 더욱 많았다.
나는 그게 싫었다.
남편의 그릇이 그 것밖에 되지 않음이 때론 슬프기도 했다.
남편이 술을 먹고 온 날 나는 귀먹어리가 되고 싶었다.
남편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 하는 아내라고 섭섭해서 내게도 화를 냈다.
나는 그런 남편이 더욱 싫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자신이 진급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안 남편이 속 상해 하였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 듯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아직 진급할 때가 되지 않았어요. 당신이 진급해서 부하 직원이 생기면 그 성미에 얼마나 그 사람을 못 살게 굴겠어요. 당신은 진급보다 급한 게 인격 향상 같네요."
말 해 놓고 나 자신도 아차 싶었다.
총알 같은 말이 생각을 앞 질렀구나 싶었지만 이미 쏘아 놓은 화살이었다.
남편은 얼굴이 벌개지며 화를 냈지만 그 말에 충격을 받은 것도 같았다.
하루 아침에 달라지진 않았지만 조금 씩 느긋해지는 듯도 보였다.
몇 년이 지난 어느 날 씩 웃으며 이렇게 묻기도 하였다
"여보, 나 이제 진급해도 돼?"
많이 느긋해진 남편이 고맙기도 하고 그 때의 미안했던 마음도 생각나 웃으며 대답했다.
"글쎄, 이제 된 것 같은데 왜 아직 안 시켜주지?"

그러던 남편이 막차를 타고 진급해서 올 해 과장이 되었다.
난 좀 잘 난 체를 하는 사람이라 남편에게 잔 소리를 가끔 하였다.
"과장의 자질은 자신이 일을 잘 하는 것보다 사무실 안의 다른 사람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예요."
"가정이 편안해야 사무실에 나와 일도 잘 할 수 있어요. 되도록 가족하고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해 주세요."
......등등

과장이 된 것이 좋아서인지 남편은 몇 달 동안 토 요일, 일 요일도 없이 일 하면서도 불평을 하지 않았다.
오늘은 과 단합대회를 했다면서 술이 취해 들어왔다.
"우리 과가 생긴 이래 이렇게 분위기 좋아 본 적이 없대."
"난 퇴근 시간이 넘어도 퇴근하지 않으면 벌금이 십 만원이라고 하면서 뒷 일은 내가 책임질테니 빨리 빨리 퇴근하라고 한단 말이야."
"내가 과장이 된 후로 우리 사무실에선 큰 소리 한 번 난 적이 없다구"
"내가 마누라 말을 얼마나 잘 듣는 지 알아?"
......
한참을 자랑하듯 떠 벌이더니 벌렁 누워 잠이 들었다.
오늘 밤 남편의 술 주정은 밉지가 않다.
코 고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 지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도 귀여운 생각이 든다.
이 남자가 내 남편이라는 사실이 한 때는 창피하고 부끄러웠었는데.......
오늘은 남편이 정말 고맙고 이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