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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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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남아서 삶을 영위하는 그 고통도 서러워서 서러워라...-


BY 박 라일락 2001-10-12

- 살아남아서 삶을 영위하는 그 고통도 서러워서 서러워라...-


어제 밤. 

팔월한가위를 꼭 열흘 보낸 뒤.

길 옆 코스모스 꽃잎

이미 생명수가 떨어 질 무렵이던가.


나의 반쪽이었던 울 화상이

하늘나라 그 누가와의 약속 땜인지.

서둘러 나그네 길 재촉하더니

코스모스 길 따라

황급히 저승사자 동행한 기제였으니..


그 날이 언제였던가..

강산이 변한다는 10년하고도

자투리 4년전이던가..

참 세월은 빠르고 유수 같다하더이다.


죽은 사람 불쌍하다고 말들 하지만

살아남아서 삶을 영위하는 그 고통도

서러워서 서러워라...


- 살아남아서 삶을 영위하는 그 고통도 서러워서 서러워라...- 저 하늘 너머 그 사람도

내 작은 양 어깨에

힘든 날개 짓의 모습에

분명 안서러워 하였으리라.

조롱조롱 달린 조롱박 같은

자식새끼들과 세파에 시달리는

그 삶의 영위에 너무 힘들어함을!.


차라리 나 또한

그댈 품에 안기어 편히 쉬고파

밤마다 잠 못 이루어

고통에 몸부림치는

수많은 날들도 있었건만.

그 누구인가 말했더라..

세월이 약이였노라고..


벌써 내 나이

삶의 길이 끝줄에 가깝게

나이테 숫자놀이 깊어 가는데..

더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지금의 삶에 만족하리라..


- 살아남아서 삶을 영위하는 그 고통도 서러워서 서러워라...- 많은 지척들이 울 화상 혼이라도

만날 기대감에 모처럼 찾아 왔었고.

제상을 앞에서 엄숙한 경건을..

그리고 생활의 이야기가 꽃을 피우고.

차린 음식을 골고루 갈라서

나누어 먹고 또 싸가지고..

오늘 아침 모두가 제 생활로 돌아갔으니..

허전하고 허전하여라..


이젠 강 넘어 구름다리 건너

늙어서 서러움에 서글퍼하시는

경로당에 음식과 약주 한 병 보내드리라..


가만히 두어도 넘어가는 울 화상 기제를 두고.

무엇이 그렇게도 걱정의 매듭을

붙들어 매어 두었는지..


- 살아남아서 삶을 영위하는 그 고통도 서러워서 서러워라...- 그래서

울 아들 현이와 그 여자..

내 딸 여식을 앞에 두고..


이 어미 왈;

“너희 아비 제사는 어미 살아생전 행사이고.

어미 생명줄 끊어지는 그 날부터

모두 모두 생략해라“

즉 유언을 좀 빠르게 했더니.

울 아들 부부와 그리고 여식 왈;

“어머니 그런 소리 하지마소!

그 소리 곧이들으면

불효자는 웁니다“라고 한다나...

그리고 지네들 어깨위에 평생

멍에를 짊어지고 살고 싶지 않다나..


후후후..

이 뇨자는 먹기 싫어도

저승에서 얻어먹는 제사 밥은 염려 없구려..


하기 사..

생명줄 끊겨 죽은 뒤

제상 다리가 휘어지게 차린들 어떠하고

안 차린들 어떠하랴..


살아생전 나누는

아름다운 마음이 최고인기라.
.

내년 이 맘 때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약조하면서..

물먹은 제기를 닦아 본다.

- 살아남아서 삶을 영위하는 그 고통도 서러워서 서러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