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갈기 과정-
어젯밤,
일곱 살 딸아이가 저녁밥을 먹다가 이가 흔들거린다고 해서 보니
아랫니가 흔들거리고 새이가 올라오고 있었다.
깜짝 놀란 난 밥을 먹는둥 마는둥 친구 병원으로 달려갔다.
큰아이 이를 먼저 뽑아내고, 작은아이도 이를 보이자..
흔들거리진 안았지만 작은애도 아랫니가 올라온다며 이를 뽑아야 한다고 했다.
친구는 쌍둥이 두 딸아이들이 신기한지..
"녀석들 누가 쌍둥이 아니라고 똑같이 올라오네.."그러면서
두 아이의 이빨을 뽑아낸다.
이를 뽑아낸 두 아이들은 똑 같은 모습으로 솜을 물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 ..
"자 ~ ,,,,이 ~ ....해 봐요.." ....자꾸..자꾸 요구했다.
그렇게
우리 딸아이들은 어른이 되는 첫 번째 관문인 이갈기..
과정을 격는 중이다.
난, 웃고 있는
저 아이들의 입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사진에 담아 보며..
나의 이갈기 과정을 떠 올려 본다...
"까치야~ 까치야~.. 헌이~줄께~...새이~ 다오..."
내가 처음으로 이갈이를 할때는,
이노래를 부르며 뺀 이를 지붕에 던졌던 기억이 난다.
여덜살 때였나 보다.
처음으로 이를 갈기 시작할 때에...
어린 마음에 이가 빠지면 영영 이가 나질 않을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할머니처럼 틀니를 하고 다니면 어쩌나 고민했었다.
이가 흔들거려도 부모님께 말씀 드리지 못한 이유는,
흔들거리는 이를 뽑기 위해 병원에 갈거고, 그곳에서 틀니를 끼울거라 생각해서였다.
그렇게 얼마동안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여름 방학이라서 오빠들과 함께,할머니 집에 내려 갔는데..
열차 안에서부터 빠질 것 같은 이가 할머니 집에 도착해서도 불안하게 흔들거리는게 무척 조심스러웠다.
할머니이가 삶은옥수수를 내오셔서 맛있게 먹고 있던 난 그만 이가 빠져 버렸다. 그렇게 조심했던 이였는데...
"앙~앙~.....내 이빨~...흑...흑...".
대성통곡을 하며 울고 있는 손녀에게 할머니는
"까치야~까치야~..헌이~줄께~...새이~다오~..."
이노래를 부르며 빠진 이를 지붕에 던져주면 까치가 와서 헌이는 가져 가고 새이를 준다고 말씀 하셨다.
난 글썽이는 얼굴로 울다가 웃다가 그 노래를 부르며 ...
지붕 위에 이빨을 던졌다.
할머니는 마저 남은 이를 뽑아야 한다며 받짇고리에서 실을 꺼내시더니 한쪽 끝은 문고리에 또 한쪽 끝은 내 아랫니에 메고는
갑자기!!
확~ 밀어 제치시는 것이었다.
내 이빨은 저만치 방바닥에 벌건 핏물을 묻힌 채 떨어지고, 이가 빠진 자리는 얼얼했다.
그렇게...그렇게..
나는 어른이 되는 가장 최초의 관문인 이갈기는
할머니가 동참 했었고 까치의 고마움을 이갈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으며 이갈기 과정에서 경험했던 문고리에 대한 두려움은 이갈기 내내 느꼈던 공포였었다.
그때가
엇그제 같았는데..
아이들을 통해 본...
희미해진 옛기억을 되살려 보며 일기글 올려봅니다...
-2001.10.11
P.S.:응답글 감사해요.
늘 부족한 글인데 읽어주셔서..
쟈스님님..설리님..호수님...
그리고 응답 못했던 여러님들 감사드립니다.
강희님..
착한마음과 여리신 마음을 가지신 님..
늘 마음으로 힘을 보냅니다.
언제곤 착하신 님에게 활짝웃으실 날이 있으시길 빌며..
오늘도
행복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