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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공휴일 어느 날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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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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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향내나는 부부


BY 임진희 2000-10-01

눈앞에 가을 풍경이 선 하게 펼쳐지는군요. 님이 초대 받은 그

곳이 어릴적 고향의 풍경같아 마음이 설레입니다.우리집도 농사

를 짓고 계셨는데 가을이면 넓은 밭에서 고구마를 백가마씩 거

두 셨지요.나는 밭에 나가 고구마 가마니를 세며 엄마한테 이번

에 뭘 사달랄까 혼자서 생각 하기도 했답니다.그 고구마를 팔아

서 이것 저것 필요한 것을 사고 그럴때면 저에게도 사고 싶은 물

건 하나쯤은 사주시기도 하셨답니다.오빠 셋은 모두다 나름대로

공부를 해서 농사일을 물려 받지 않고 직장 생활을 하셨지만 우

리 부모님은 농사일에 손마디가 굵어 지셨지요.콩을 따서 마당

가득 펼쳐 놓고서 도리깨질 하는소리를 들으며 가을은 그렇게 깊

어 갔지요.일이 끝나면 방문에 새 창호지 바르시면서 우리 어머

니는 마당에 피어있는 꽃잎을 따서 문고리 옆에다 붙이시고 그위

에 창호지를 덧 발라서 그 시절 그나름의 멋을 내시기도 했었지

요. 요즘 어머니들의 취미생활에 비 하면 더없이 초라해 보일테

지만 그때는 그런 작은 재미를 어머니 나름으로 즐기신것 같아

요. 친구집에 가 봐도 모두들 비슷하게 해 놓았지만 잘 보면 조

금씩은 자신의 취향에 맞게 해 놓으신것을 알수 있었지요. 문 옆

한쪽에는 조그맣게 유리를 붙여 방문을 열어 보지 않고도 밖에

누가 왔는지 볼수있게 해 놓은것도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합리

적이 였다고 생각 합니다. 추운 겨울날 방문을 열 필요 없이 누

군가 미리 볼수가 있었으니까요.시골은 그렇게 누구에게나 마음

을 넉넉 하게 하는 편안함이 느껴지는 곳인가 봐요.따뜻한 친구

들과 함께 한 시간이 오래도록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게 될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변함없는 우정을 지켜 가시기 바라며 고구마

캐던날을 떠올리게 하신 님의 글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