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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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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내나는 부부!


BY 1song2 2000-10-01


지난 주말, 우리 가족은 시골집을 마련해둔 남편의 동료로부터

초대를 받았다. 노모가 농사지은 고구마 캐러 오라고...

'이 가을에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을 장식하겠군', 하며 우린 단

숨에 차를 몰았다.

여러 가족과 함께 고구마를 캐고, 밤을 따고, 아낙들은 텃밭에

서 저녁 반찬에 쓸 푸성귀를 솎고, 다듬었다.

아이들은 뛰고 웃고, 서로 처음 만난 사이지만 금방 친해졌다.

아낙들도 마찬가지!

자연은 처음 만나는 사람을 금방 친하게 하는 마력이 있는 모양

이다.

푸성귀로 저녁거리를 도우면서, 안주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

었다.

밖에서는 숯불에서 구운 돼지고기와 소줏잔을 여러번 기울였는

지, 남정네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자뭇 얼큰하다.

마당과 집주위를 오고가며 깔깔대는 아이들!

천국이 따로 없다 싶었다.

푸성귀와 된장국, 돼지고기로 차린 단촐한 상이었지만,

어느 고급 음식점에서 먹는 진수성찬이 부럽잖았다.

그 맛 또한 당연 꿀맛이고,

남정네들은 어린 시절 담배 배우던 얘기, 종교 얘기를 나눴지

만, 심각하지 않아서 좋았다.

밭에서 키우는 거위가 짓궂은 애들 장난에'꽥꽥'대고, 사방은

이미 어두워져서, 어른들은 별보기를 했다.

총총 빛나는 별들 사이로,

은하수! 뿌옇게 하늘을 가로지르는...

술잔 빌 틈 없이 동료들에게 소주를 권하면서, 사람사는 집에

사람이 와야 한다면서 자주 들러 달라, 자고 가라는 바깥 주인

도 주인이지만, 나직나직 조용조용 다소곳한 안주인도

멋스런 사람이었다.

텃밭 한쪽에서 따온 주황, 노랑의 꽃을 차곡차곡 펴서 습자지

에 정리를 한다. '압화'를 위해서!

중년의 여인이 곱디 고운 꽃과 잎을 다듬는 모습!

아름다웠다. 벽엔 압화 작품이 걸려 있었고....

맘 속엔 부러움과 안주인의 향기가 느껴졌다.

초대되어 간 세 가족은, 손에 한봉지 가득 고구마를 얻고,

가슴엔 벅차도록 정겹고 따뜻한 정을 가득 안고 각자의 집으로

향했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