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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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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32)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쉬고 싶어질 때....*


BY 쟈스민 2001-10-05

며칠간의 연휴동안 만끽하였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아침엔 시간 맞추어 눈이 잘 떠지질 않는다.
이불속에 남아있는 온기가 나의 일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잠재우고 만다.

오늘 아침엔 깜박 늦잠을 자는 바람에
아이들 챙기랴, 화장하랴, 아침 챙기랴
두서 없이 분주하기만 하고 제대로 진행이 안된
하루를 시작했다.

아이들은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서둘러 집을 나섰다.
게으른 엄마를 둔 탓에 괜한 고생을 하는 건 아닌지
출근하고 내내 미안한 마음이다.

어제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는 내게 큰 딸아이가 다가와
"엄마 나는 딱 한가지 소원이 있어. 그 소원이 뭐냐하면
학교 갔다 집에 왔을 때 엄마가 문열어 주는 거야"라고
했다.
아홉살 난 아이에게 그 소원은 참 간절해 보였다.

아이는 아마 가방을 메고 열쇠를 찾아서
문을 여는 일이 귀찮아서이기 보다는
환하게 웃고 서 있는 엄마의 품에
하루동안 제 나름대로 갖고 있던 학교생활의 긴장을
마냥 느긋하게 안기어 보는 것으로 풀고 싶음을
엄마인 내가 모르진 않는다.

아이에겐 아무리 좁은 집이라도
엄마가 없는 공간이라면
그저 썰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싶다.

아이들은 말한다.
우리 아빠는 멋지고.... 우리 엄마는 예쁘고....
집이 있고.... 차가 있으니.....
우리집은 행복하다고.....

그래... 그렇게 행복하다고 느끼고 살면 되는 걸꺼야
난 늘 그렇게 밖에 말하지 못하는 엄마이다.

아이의 말때문이 아니라도 난 아주 가끔씩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살아질 나를 궁금해하며
곰곰히 생각하다가 애써 지우고만 낙서처럼
나의 생각들은 그냥 그대로 소멸되어질 때가 많다.

훌훌 털고 떠나버리기엔 너무도 많은 정을 쌓아두고
살아온 탓인 가 보다.
20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도 머물고 있는 걸 보면 .....

아니 어떻게 보면 내겐 그럴 용기가 없는지도 모르겠다.
큰 변화를 추구하면서 하는 일은 결코 아니지만
나름대로의 꿈을 키울 수 있어서 그런건지
무슨일인가를 하지 않으면 자신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
미련이 한없이 나를 부여잡고 있는 거다.

어쩌면 이미 그 일은 내겐 너무도 편안한 옷이
되어버린 듯 하다.
사람이 다분히 사무적이고 약간은 메마른 느낌을 갖게
할 때도 있지만 그런대로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안정이란 의미는 채워질 수도 있는 것 같다.

아이의 소원을 들어줄 수 있는 날이
언제일런지는 모른다.

하지만 문득 문득 쉬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나에게
그 시간은 빨리 오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나를 더 많이 사랑하는 이유에서인지
쉽게 놓아버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아이의 그 소원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엄마품에 안기길 좋아하는 그 시간들이 언제까지일까?

아이가 엄마를 필요로 할 때 잠시 지금의 일을 쉬어갈
방법이 있지 않다면 그저 그 시간들을 묵묵히 기다리며
살아내는 일이 옳지 싶어진다.

친구가 엄마보다 더 좋다고 느껴질 만큼만
아이가 자라면 엄마가 자신의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 상황을 조금쯤은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그땐 나도 참고 기다리길 잘 했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 .....

며칠간 홀가분하게 게으름을 피울 수 있어 좋았다면
이제는 일상속으로 다시 돌아와 긴장의 끈을 여밀 때가
아닌가 한다.

새벽잠을 조금 아끼더라도
아이들에게 느긋한 아침밥을 먹일 수 있는
엄마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자신에게 돌아가야 할 곳이 있다는 것과
나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저 하루 하루를 담담하게
살아내는 일이 지금의 내가 해야 할 일이기에

쉬고 싶다는 나의 생각은 잠시 접어
내 안의 서랍속에 넣어 두려 한다.

어쩌다 보니 내일이 벌써 주말이다.
코스모스 하늘거리는 가을길을 달리며
아이들과 좀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

지금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우리 엄마를 최고로 알고
아이가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음 하는 바램이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하루를
심으려 한다.

한 그루 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내 삶의 한 페이지에 나무 한그루를
심 듯이 ..... 그렇게.....

꿈나무....
감사의 나무.....
사랑의 나무들이 빼곡히 숲을 이루는 그 날을 기다리며

어느 가을날의 하루에 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