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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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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의 추석


BY khj8388 2001-10-05

추석날 아침 7시에 집을 나섰다. 종가집이라서 친척들이 모이기전에 사라지는 것이 여러모로 좋으니까... 꼭 도움도 안되면서 좋은 날 말들이 많다. 아이와 함께 친정에 얹혀지내니 그 정도의 불편은 감수해야지.그러나 아침 7시에 갈 곳이 어디 있으랴. 팔공산에 갔지. 간단한 휴게소, 하물며 슈퍼까지 문은 닫았고 그래도 절 인심은 나아서 아무도 없는 절에서 자판기에서 차를 빼마시며 온기를 나누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여행을 떠나서 콘도에서 늦잠이라도 즐겼건만 올해는 사정이 그랬다. 이래서 '돌아온 싱글'이 청승인가...
산자락의 절 두 곳을 돌며 사이비 신자이긴하나 빌었다. 아이들은 뭐라고 했는지 모르나 난, 나를 사랑하게 되길 빌었다. 시간이 그렇게 더디게 가는 것은 처음이었다. 조조영화 시간도 아직 남았고 그냥 빙빙 시내를 돌고. 그 때 FM에서 장사익님의 '찔레꽃'이 나왔다. 애잔하면서도 하여튼 '심경에 닿는다' 그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아이에게 좋아하는 노래라고 했더니 왜 찔레꽃이 예뻐서 슬픈지 모른단다. 아이가 그 꽃을 본 적이 있을까. 외로움을 알게 되면 이 노래를 좋아할 수 있을거라고 이야기했지만 나는 외로움을 알까. 외로움과 아름다움이 슬픔을 알고 싶은 게 아닐까.
찔레꽃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