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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 회사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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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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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숙경 2000-07-21

어젯밤에는 비가 많이 왔다. 중국에 있던 장마전선이 우리나라고 이동해서 많은 비가 올 것이라고 하더니 참말로 비가 많이 왔다. 번개도 치고 천둥도 치고 신나게 비가 왔다. 들이 부어대는 것처럼 왔다가 갔다가 했다.

어릴적에 비오는 것을 구경하면 마음이 가라앉을 것처럼 고요해지고 설레이며 비 받아낼 그릇이란 그릇은 다 꺼내놓고 빗물을 받았다. 그 빗물로 빨래도 하고 쇠죽도 끓이고 그랑까지 가지 않고도 물을 넉넉하게 쓸 수 있어서 비가 온 다음은 부자 같았는데 뭐 그렇게 까지야 하겠지만 아침나절에 한 시간 저녁에 또 한참 그나마도 쫄쫄 거리며 나오는 수돗물로 밥만 해먹고 살던 어촌에서 난 자랐다.

방충망 너머로 보이는 빗물이 이제는 설레지도 신나지도 않는 그냥 비일 뿐이다.

비오고 나면은 길가에 물 웅덩이가 몇걸음 못가서 한개씩 또 한개씩 생겼는데 지금은 맨 씨멘트로 길을 다 쳐 발라놔서 비 그친지 한 나절도 되질 않아 하얗게 듬성 듬성 마른 씨멘트가 보인다.
물론 신발 더럽이지 않고 빨리 다닐 수 있으니까 좋은 것도 같지만 물 웅덩이 건너는 것도 참 재미있는 데 ....
슬리퍼 신고 가다가 한발씩 한발씩 발이 잠기나 잠기지 않나 시험하며 걸어도 보고 물가에 떠 있는 날파리떼들을 쫓아내며 학교에서 집까지 가는 길 위에 있는 수 많은 웅덩이 빠지지 않고 건너느라 길이 어디서 끝나는지 모르게 집에 와 있었던 적도 한 두번이 아니었다.

비오믄 비 오는대로
해뜨믄 뜨는 대로
참 일이 많았는데 배 깔고 뒹굴거릴 새 없이 짤짤대면서 쫓아 다녔는데
세상은 자꾸만 빨라졌다 빨라졌다하는데 그날이 그날같기만 한 우리 아들은 네모난 콘크리트에서 콘크리트로 옮겨 다니며 많이 웃지 않으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