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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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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도 분명 어린시절이 있었구나....


BY cosmos03 2001-10-02

아컴님들!
명절 잘 쇠셨지요?
인사부터 드리고요...꾸~우벅~~~

추석날 아침!
" 얼른 일어나~ 이러다 차례시간에 늦겠다~ "
" 알았어요...조금만요~ "
열나흣날 늦도록 큰댁에서 일을 하곤 나훈아쑈~ 까지 보고 잠을잤더니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다.
같은 대전시내에 사는고로 명절때도 집에서 출 퇴근을 한다.
조금만..조금만...

클났다 여보 늦엊다~
서둘러 큰댁에가서 차례를 지내고 우리도 무리에 휩쓸려 성묘길에
동참을 했다.
육동서중에 세째동서와 나만 부모님이 안계신다.
모두들 차례지낸후 바쁘게 성묘길에 나섯다간...
친정으로, 처가집으로, 외갓집으로 바쁘다.
우두커니 서서 구경만 하는것도 너무 슬픈일이라
그동안 명절날은 성묘에 함께 가질 않았었다.

금년은 마침 휴차와 맞물리기도 했지만...
좋은일도 많았기에 풀 죽을 필요가 무에 있겠는가?
그래 씩씩하게 우리차가 앞장을 섰던거고...

시할머님 아버님...어머님묘에 순서대로 절을 올리고는 내려오는길...
비는 왜 그리도 오락가락하는지...
밤주으러 가기로 했는데 비가오는 바람에 냅다 뛰어야만했다.
어느정도를 내려오다보니 남편과 아이가 또랑물에서 철벅거리며
돌을 들춘다.
까제를 잡는다고~가제가 맞지 싶은데...
남편이 까제라고 하니...나도 까제.

" 우와~ 많다... 여보 빨리와, 여기좀 봐 그리고 이화 너도 오고...
이건 정말 크다~ 에게! 얘는 애기네..."
너무도 신이나서 소리지르고 허허~ 웃기도 하고...
남편, 어린아이마냥 너무도 좋아한다.
그러며 어린시절 까제를 잡아서 불에 구어먹었다고 하고...
등딱지를 뗘내고 삶아먹었다고 하고...
나어릴땐...아버지애기 어머니얘기...
저앞산에 내 어려선 빨간불이 보였으며...

잠시도 입을 가만히 안 있는다.
" 좀 조용히좀 하면 안되우? "
하도 심난스러워 한마디 하니...조금 멎적었나?
피식 웃으며
" 왜 시끄럽냐? 그냥 까제를보니 어려서가 생각나서..."

그래! 여긴 남편의 고향!
저이에게도 어린시절이 있었으며, 왜 추억이 없겠는가?
그냥...태어날때부터 오십대는 아니었는데...
발가숭이 개구장이 시절...
진달래도 먹고 물장구도 치고...다람쥐또한 쫓아다?풔?그 시절들이
왜 없었겠는가?
누구의 남편이기전에...
누구의 아빠이기전에...
저냥반도 거슬러 거슬러... 요람시절까지 모두 있었던 분인데...

왜이리 새삼스럽지?
그냥 내 남편과 아이의 아빠라는 이름만 있는줄 알았는데...
심난하다고 고만 말 하라고 한마디 한것이 사뭇 미안스럽다.

그 미안함을 감추고 싶어 이젠 내가더 호들갑을 떨고.....
푸~ 하하하하 웃기도 하고...
남편이 잡아서 넘겨주는족족 과자봉지에 담고~
남편의 어린시절로 함께동행도 해주고...

뒤늦게 내려오선 서방님과 아주버님께서 까제를보시더니
" 야~ 많다. 이거 ** 달여 먹여야겠다~ "
하신다.
** 란 큰집손자... 장애아다.
개구리와 함께 다려먹으면 좋다하시며 말씀을 하시는데
차마 안된다곤 하지못하고...
넙죽 한 70여마리 잡은걸 봉지째 넘겨주었다.

" 먼저갈께요 "
형님내외분께 인사드리고 대전으로 차를 돌리는데.. 남편이 그런다.
" 나아~ 사실...그 까제 되게 좋아하는데... "
난, 그걸 먹을줄도 모르지만 먹어본 기억도 없다.
아마도 남편의 어린시절의 추억을 먹고싶었을거다.
삶아를 먹던 구어를 먹던...아마도 그걸또 먹으면서
그때 그시절을 얘기 했을텐데...

" 우리 가다가 까제 또 잡아갈까? "
내 말에 남편...무척 좋아한다.
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는데...
논두렁옆 개골창에 돌을 들치고는 야호~~~~
외쳐가며 세째 시동생네 가족과 우리 세식구 모두 일곱명이서
날궂이를 했다.
형제들손은 바쁘게 돌밑을 떠들어도 까제는 없고..
지져먹을까? 볶아먹을까? 연신 요리방법을 논하던 형제.
한 열마리정도나 잡았을까?
억수로 쏟아붓는비에 어린것들 징징대 놓으니
할수없이 또랑위로 올라온다.

대전에 나와서 세째네 집으로가니 세째서방님이 까제 요리를 한다고
주방을 열심히 늘어놓는다.
동서와난..우아하게 앉아 커피를 마시고...

올갱이를 밑에 깔고 까제요리를 해 왔는데.
나...간만봤다.
기억되는맛은 맵다는거..그리고 싱겁다는거...
그거 손고락만한 까제 열마리정도로 두집가족 파티를 한것이다.
내 남편...오도독거리며 까제를 열심히 씹는데.
아마도 저이 머리속은 지금쯤 어린시절로 돌아가 있겠지.

누구한테나 다있는 어린시절....
남편에게도 분명 어린시절이 있었다는걸
새삼스레 깨달은...그런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