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시민의 소망은 꼽아본다면.... 아마도 작지만 자신의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일 것이다. 가장 쉽고도 단순한 소망일 것 같지만 막상 이 소망을 이루려면 생각만큼 쉽지는 아닐 것이다. IMF이후 가장의 위치가 불안정한 요즘 현실에서는...
영화 '베사메무쵸'의 주인공 철수와 영희 또한 이런 소망을 가지고 살았던 소시민이였다. 그다지 자랑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지만 믿음과 사랑 속에서 너무나도 행복했던 가정이였다. 너무 행복하면 신이 시샘을 하는 것일까? 정직하게 착하게 살던 이들 부부에서 절대절명의 위기가 찾아오게 된다.
정직했기 때문에 무능함의 오명을 받고 철수는 회사에서 실직을 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친구의 보증이 잘못되어 집까지 한달안에 비어주어야 할 지경에 이른다. 또한 딸 연두까지 천식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영희의 소망은 해가 보이는 작은 집을 가져보는 것으로 첫째 아이를 반지하집에서 먼지 때문에 폐렴으로 잃어버렸던 슬픈 기억에 기인하는 것이다. 더구나 다음 달이 철수의 형이 남기고 간 빚을 모두 상환하는 달이기도 했다.
이들 부부는 이 위기를 헤치기 위해 또한 가정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게 된다. 철수는 생계를 위해 정직을 뒤로 한 채 도둑질한 정보로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일을 하게 되고 영희 또한 여러 가지 잡일을 닥치는대로 하면서 심지어 신체의 장기까지 이식하는 매매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하늘은 이들에게 더한 시련을 주게 된다. 이들의 노력도 소용도 없이 부채 상환일은 계속 다가오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마지막으로 위험한 도박을 하게 된다. 위기에 몰릴수록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했나?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의 유혹처럼... 철수는 재력가인 매혹적인 여자 서린의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을 받게 되고 영희 또한 학창시설 자신을 흠모했던 지금은 성공한 기업인 한지훈으로부터 엄청난 유혹을 받게 된다. 이들 부부는 서로의 믿음과 사랑에 배반을 하는 것 같아 망설이지만 최후의 수단으로 이들의 유혹을 받아드리게 된다. 하지만 철수는 끝내 사랑을 속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영희는 사랑하는 가족들의 위해 유혹에 응하게 된다.
예전처럼 생활하게 되었지만 가족들을 속인 것 같은 기분에 영희는 남편에게 고백을 하게 되고 집을 나가게 된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동안 두 부부는 서로가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닫게 되고 가족의 소중함도 깨닫게 된다.
이 영화를 보면서 데미 무어. 로버트 래드포트의 '은밀한 유혹'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돈 때문에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은 같지만 전체적으로 내뿜는 분위기는 다르다. 아마도 서로의 정서차이가 아닌가 한다. '베사메무쵸'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우리영화이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것 같은 가장의 실직, 그리고 잘못된 보증, 또한 외도가 아닌 가정을 살리겠다는 이유로 한번 유혹에 빠지지만 그후에 가족을 배신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점은 은밀한 유혹과는 달랐다. 배우들의 연기도 호연(철수역의 전광렬씨와 영희역의 이미숙씨의 연기는 극중 인물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자연스러웠다)이지만 시나리오 설정 또한 리얼리티하여 저 상황이면 저랬을 수도 있을 것이다(자식을 위해 낙지를 훔치는 어미의 마음처럼) 하는 동감을 느끼게 하였다.
요즘 영화가 소위 n세대들의 입맛에 맞추어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장르로 돌아가고 있는데 모처럼 20대후반에서 30대들을 흡입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무더운 요즘 인생의 깊이를 되새기는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던 것 같다.
참고로 '베사메무쵸'의 뜻은 스페인어로 '열정의 키스를 주세요' '뜨거운 사랑을 원해요'를 의미한다. 또한 철수와 영희 부부가 연애시절 즐겨 찾던 양수리 카페 이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