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온난화가 폭설 오는데에 한 몫했다는 소리를 듣고나니 눈이 잔뜩 내린 바깥의 풍경이 그리 흐믓하게 내다보이지 만은 않는군요.
앞으로 수천년이 흐른 후엔 무척 다른 모습을 하고 있겠지요?
저녁엔 아는 분이 원고를 부탁하셔서 몇장 쓰고나선 팩스를 보내기 위해 문방구엘 다녀왔어요. 부탁해 놓은 실이 왔는지 궁금하기도 했구요.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바닥이 맨질맨질하게 얼어가고 있었는데, 내일은 아무래도 모두 조심조심 다녀야 할 것 같아요.
아주 오랜만에 남편에게 큰 소리를 막 쳤더니 종일 기분이 좋질 않았어요.
일찍 귀가한다던 사람이, 한시간, 두시간 늦어지더니 급기야는 핸드폰까지 꺼져있는 거예요. 눈은 잔뜩 와 있고 길은 빙판이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도대체 들어 올 생각을 않는 사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노라니 어찌나 속이 상하던지요.
그래서 새벽이 다 지나가는 시간에야 현관을 들어서는 사람에게 잔소리를 했지요.
"나두 똑같이 해 줄거야..."
평소에 남편에게 바가지도 긁을 줄 모르는 며느리라고 흉보시던 어머님께서두 깜짝 놀라셨지요.
잠바를 걸치고 바깥으로 나가려고 하자,
"니가 참아라. 이 추운데 어딜 간다고 그러냐?"
하시며 제 옷을 잡아당기셨어요.
남편은 그런 저를 말릴 생각도 않고는 코트 벗고, 양말 벗고 하면서 슬슬 자려고 하잖아요.
"도대체 지금이 몇신줄이나 알아요?"
다시 코트를 벗었는데 같이 누워자려고 하니 자존심이 상하더라구여.
"흥!"
일부러 들으라는 듯 콧방귀를 힘껏 뀌어주곤, 아이들 방으로 건너갔어요. 작은 애는 쌕쌕거리며 잘 자고 있었어요. 아이들 자는 모습은 천사같지요? 애들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다 깜빡 잠이 들었어요.
아침이 되어서 다시 두고두고 생각하니 불쾌하고 풀리지 않는 앙금이 가슴 바닥에 꽉 차있는 듯 싶었어요.
어른이 계시니 큰소리로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자고 있는 사람을 쳐다보니 얼굴이 어찌나 평안한지 싸울 기색이라곤 손톱만치도 없고 밤새 놀다들어와 피곤하게 자는 사람에게 뭐라 말이 나오질 않았어요.
'이쯤에서 그만둘까?' 싶었는데....
이웃에 친하게 지내는 현신엄마와 커피를 한잔 나누며 남편 흉을 보자 평소 제가 너무 착해서 아직까지 그런대요.
사십이면 다들 몸조심하고 건강챙기는데, 게다가 마누라 무서워서 늦게 오는 일도 주는 법이건만... 하는데 그래, 이대로 있다간 안 되겠어... 나를 물로 아는 가 보네..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겠지요?
남편이 일어나 늦게 다시 일을 나갔다가 다시 집에 일찍 돌아와 저녁을 먹고났을 때 저는 나갔다 오겠노라고 선언을 했지요.
"나두 지금 나갔다가 아침 다 되어올게요."
"엥? 지금 나갈래? 어딜 가는데?"
시어머님은 한쪽 눈을 찡끗해 보이셨고,
텔레비젼 보던 남편은
"제발 좀!"
이라고 응수하더군요.
"니들 먼저 자라."
아이들에게 당부하고는 찜질방으로 향했어요.
그 시간 찜질방엔 사람이 참 많더군요.
처음 가 본 찜질방.. 다소 생경한 광경들이었지만 뜨끈뜨끈한 돌에다 몸을 이리저리 굴려가며 몸 속에 열을 집어넣으니 속에 들어차 있던 나쁜 열들이 다 땀이 되어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지요.
전 아주 바른 자세를 하고(참선이나 좌선같이)결부좌를 틀었어요.
오래오래 앉아있으니 머릿속이고, 얼굴이고, 팔, 다리고 가릴 것 없이 쉴새없이 땀이 흘러나왔어요.
한,두시간 그러고 앉아있는데 머릿속은 집생각이 뱅뱅 돌더라구여.
시원한 맥주도 한 잔 마시고 싶고.
갈증도 나고.
저를 도와 함께 동행해 준 현신엄마와 은비엄마가 고마웠지요.
같이 도란도란 세상돌아가는 이야기도 하고, 한참 땀을 흘리고 나니 잠이 솔솔 와 집으로 돌아왔어요.
모두 잠들어 있는 집.
평안하고 행복이 가득한 집.
사랑하는 사람들이 삶을 엮어 나가는 집.
집처럼 좋은 곳이 또 있을까요?
여기까진 어제 일이었구여,
오늘은 어땠냐구여?
다시는 그러지 말라구 조잘조잘 몇 마디 하구선, 다시 원상복귀지요 뭐...
"여보! 사랑해...일찍 와! 알았지? 다음엔 그러지 말구."
이렇게 끝났어요.
부부싸움, 자주 해야 좋을까요? 안해야 좋을까요?
모두 눈조심 하시고요,
평안한 밤 되세요.
안녕히 주무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