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철 결실의 만추에는, 부지깽이도 한 몫 거들어야 될 정도로 일손이 바쁘다는 옛 어르신들의 말씀에 동감이간다. 중추절을 몇 일 앞둔 요즘은 하는 것도 없이 괜히 마음이 바빠서 동분서주하게되며 무엇을 먼저 처리를 해야할지 몰라 일에 두서가 없이 움직이게 된다.
지난 장날 장구경을 나갔다. 세상에나!! 만추의 장바닥은 그냥 가득그득하고 오곡백과들의 미소가 재래식 장바닥을 수를 놓으며 미소짖고 있었으며, 목청을 돋우며 쌉니다요,~ 하며 손님모으기의 함성들이 마치 가을의 야외 음악당의 선율로 다가왔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여기에도 풋밤이 수북하고, 저기에도 풋대추가 수북하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냥~ 행복하고 뿌듯했다. 알밤은 애기주먹하며 반질하게 윤기가 흐르는 것이 얼마나 잘 생겼는지!! 갖고싶은 충동에 큰되 한대빡을 사고, 적색으로 아주 잘익은 대추를 하나집어들고 옷섶에다 쓱쓱 문질러서 한 입 칵! 하고 깨무니 단물이 입안에 그득하게 퍼져서 풋대추 맛의 참맛을 새삼 느꼈다.
하나먹고나니 또 먹고싶어서 나는, "아저씽! 하나 먹으면 정이 없다던데용?"했더니! "맞아용! 맘껏 집어잡수슝!!"하고 한 웅큼을 집어 주신다. 재래식 장터의 신토불이 인심이 후한지는 이미 알고 있었지만, 결실이 그득한 명절의 장터 장바닥의 인심은, 참으로 우리네 어머니 젖무덤 같은 영양만점의 인심이 아닌가 싶어서 내심 뿌듯했었다.
나는 밤과 대추를 조금 씩 사고, 동치미무를 찾아 옆자리로 가서 보니 아주머님께서 무와 배추를 쌓아놓고 팔고 계셨다. 손 길이 만한 무는 피부색깔이 너무 곱고 예쁜데, 그렇게 예쁜무의 몸에는 쪽쪽 쩨진 흔적이 보였다. 나는 그 흔적을 보는 순간 문득 우리 작은엄마 생각이 났다.
우리 작은댁에는 논 농사며, 밭 농사를 많이 지으셨기 때문에 유년시절 나는 작은댁을 가끔 놀러가곤 했을 때에 작은 엄마하고 무밭에서 놀다가 오줌이 마려우면 그냥 무밭 도랑에서 오줌을 싸던 기억이났다. 그럴 때면 작은 엄마는 "야야! 무밭에서 오줌을 누면 예쁜 무가 쪽쪽 쩨져서 흠집이 생긴단다." 하시던 그 작은 엄마생각이 문득 떠올랐다.
해서 나는, "아주머니 이 무로 동치미를 담으면 너무 맛있겠죠?"하고 무를 주섬주섬 골라담으며,,,"아주머니! 근데요 오!, 왜 무가 하나같이 다 이렇게 쪽쪽 쩨졌어요?"하며, "아주머니가 무밭에서 오줌싸셨나보당?"하니 아주머니는 정색을 하시며,,,"아유 나는 아냐용!!"하시며 얼굴을 붉히신다.
세상에! 저 연세에도 이렇게 양볼을 붉히시며 수줍음을 타시는 분이 계시네 하며, 나는 그 아주머님의 미소가 얼마나 아름답게 다가오던지!! 동치미 무도 세단담고, 배추도 두포기 담고, 꽈리고추도 조금담고, 깨끗하게 다듬은 대파도 조금담고, 새우적에 볶아먹을 요량으로 진 유록색의 애호박도 몇개샀다. 아주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듬도 듬뿍~ 담아주셨다.
아주머님의 해맑고 투명한 미소가 우리네 신토불이 미소의 근본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으며, 그렇게 값진 미소는 아마도 재래식 장 날 장바닥이 아니면 감히 만날 수 없을 거양하며 손수래 입을 크게 벌려놓고 신토불이 결실들을 가지런히 챙겨놓고 손수래를 끌고왔다.
손수래에 주섬주섬 결실들을 주어담았더니 손수래 망태기가 배가불러서 더이상을 먹을 수가 없었용!!하고 앙탈을 부리는 바람에, 풍성하고 흥겨운 장바닥 진풍경들은 따고 광주리에 주섬주섬 담아서 머리에 이고 한 손으론 손수래를 인도하며 지름길을 택해서 집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햇다.
집에와서 밤을 물에 담가놓고 꽈리고추는 조금 덜어서 물에 씻어 소쿠리에 건져 물기를 뺀 다음에, 밀가루를 버물버물해서 미니 찜통에다 푹쪄서 갖은 양념으로 참기름을 듬뿍넣고 간간하게 무쳐서 식탁에 올리니 인기 만 점이었다. 모두들 맛있게 먹으며 아주 별미라고...코를 박으며 게눈감추 듯 순식간에 접시를 비웠다.
저녁상을 물리고 설겆이도 끝내고 좀 한가한 시간에 물에 담가놓았던 밤을, 겉 껍질을 벗겨내고 속 피는 살살 글거내니 아주 잘 벗겨지며 동글동글한 알밤으로 탄생을 했다. 밤껍질을 다 벗겨내고 물에 깨끗이 행궈서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빼서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매끼마다 몇 알씩 잘게 쪼개서 밤밥을 지을 생각이다.
밤 껍질을 벗길 때면 검지 손가락 끝 안쪽에 꼭 물집이 생긴다. 좀 아프지만 그래도 마냥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맨날 골골대는 터주대감의 건강을 위해서 매년 치뤄내는 마누라의 일과 중의 하나다. 그렇게 밤밥을 가을내내 해 먹이면 양볼에 살이 통통하게 붙는다. 마치 젖먹이 어린아이처럼 홍조를 띠면서 살이오른 남편은 얼굴을 대할 때면 매번 힘은 들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에 내심 뿌듯하며...그래용!! 그저 건강하고 씩씩하게만 걸어다니시구량!!하고 내심, 진심으로 빈당.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