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임시공휴일 어느 날이 낫다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579

거울에 비친 엄마의 얼굴


BY 강은영 2000-05-15

나는 자라면서 줄곳 엄마를 닮았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은 내게 "아빠를 많이 닮았구나"했다
엄마를 닮았다는 그말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아빠를 닮았다는 그말은 참 기분좋았다
엄마의 모습은 늘 아줌마의 모습이었다
아무 꾸밈이 없고 그저 먹고 살기에 바쁜 일상의 아줌마의 모습 그 자체였다. 아빠의 모습은 그래도 언제나 멋있었던 것 같다
나의 엄마
엄마는 늘 시장에서 몇천원 하는 옷을 입고 계셨고, 미용실 다니시는 비용도 아깝다며 적당히 기른머리를 뒤로 묶어 올리고 다니셨고 얼굴에는 그 흔한 로션도 자주 바르지 않으셨고 언제나 맛있고 좋은 반찬은 아빠와 우리차지였으며 주걱밥에 찬밥은 엄마가 물말아서 김치를 반찬삼아 드셨던것 같다. 아프기라도 하면 누워계셔야 하지만 그러질 못하셨고 혼자서 끙끙 앓으시다 툭툭 털고 일어나시는 일이 다반사였다. 나는그런 엄마의 모습이 너무나도 싫었다
엄마에게 화를 내고 짜증도 부려봤지만 엄마는 늘 "괘찮다"는 말씀을 하셨다.
내가 본 엄마의 모습은 궁상스러운 삶 그자체였던 것 같다.
엄마는 늘 그랬지만 내게는 많은 배려를 해주셨다.
위로 오빠와 남동생이 있는 나는 딸이 하나라는 이유로 많은 특혜를 누렸고 집안일에서도 제외가 되곤 했었다.
엄마는 늘 말씀 하셨다.
" 어려서 고생하면 시집가서도 그리 편하게 못산다 " 주위에 보니 꼭 그렇다며 내게는 힘든일 그리고 집안일을 시키지 않으셨다. 엄마는 그렇게 날 키우셨다.
그런 엄마의 사랑을 받으며 자란 나는 어리석게도 늘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그리고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지금 나는 그런 엄마의 보살핌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을 해서 두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아이들 키우느라 정신없이 살았다.
아이도 커가고 남편도 안정되어가고 내가 나를 찾기 시작 하면서
어느날 무심코 거울을 보았다
어디선가 본듯한 그 모습!
내어머니의 모습을 보았다.
부모에게는 다못한 정성을 내 자식에게 쏟으면서 부모님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다가 내가본 거울속의 엄마의 모습은 "이제 너도 알겠지?"라며 말씀하고 계셨다
분명히 엄마의 모습이었다
나는 절대로 엄마처럼은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 했건만,그것은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내자식 앞에서 나 먹고싶은것 나 같고 싶은것 나 하고싶은것 다하면서 살수 없었다
당장 내가 아파도 아이들이 나를 필요로 할때 내가 하지않으면 안되었고 먹고싶지만 아이들 입에 들어가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 아이들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외출 할때면 항상 투정도 해보지만 그러고 돌아서면 대충입지 하며 아이들 옷 남편옷에 신경이 더 쓰이는 내모습.
두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이제야 아주 조금 알것같다.
결혼해서 살다보니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고, 전화라도 자주 해야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내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나서야 문득 나는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의 목소리는 언제나 늘 그렇듯이 무뚝뚝 하지만 사랑이 담겨있고 걱정이 담겨있다.
별일 없느냐는 안부와 아이들 잘 봐라 아이들 야단치지 말고 때리지 말아라 그리고 사위 안부까지...
항상 시집간 딸을 위해 잘 살라는 말과 함께 새벽같이 일어나셔서 교회에 나가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 해주시는 나의 어머니.
멀다는 이유로 아이들 둘 때문에 힘들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
엄마는 그런 나를 위해 오늘도 기도 하시고 걱정으로 하루를 보내신다.
내가 내아이들에게 하는것 처럼...
딸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어머니와 그리고 나와 내딸 우리가 사는 삶이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내게서 조금씩 묻어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진한 사랑을 훗날 내 딸 지수가 지금의 나처럼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그리움을 가지고 날 생각해 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