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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으로의 산책


BY 해바라기 2001-01-06

나는 소박하고 편안한 산책로를 걷고 있다.
이름 모를 새들과 기억 저편의 풍경이
길가에 늘어서 있는 곳이다.
이 산책로는 상쾌한 의식과 기분 좋은 생동감 외에도
또 다른 즐거움을 나에게 준다.
이 길 초입에 있는 집이다.

집을 지은 후 한번도 덧대거나 개조한 적이 없는 듯한
오랜 모습 그대로의 집이다.
아귀가 맞지 않아 집 마당이 들여다 보이는 대문은
여유로운 사랑방 할아버지를 보는 듯 하고
저녁이면 밥 짓는 연기를 피워 올릴 낮은 굴뚝은
넉넉한 미소의 외할머니를 보는 듯 하다.
무엇보다 이 집의 매력을 더해 주는 것은 문턱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드나들었는지
그 집의 세월을 집작케하는 그것은
닳코 닳아 그 모양이 마치 늙은 황소가 드러누워 있는 것 같다.

그 집 옆에는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딸려 있다.
요즘도 저런 가게가 있나 싶을 정도로 초라한 가게다.
하리를 숙이고 들어가야하는 낮은 미닫이 문에는
뿌연 때가 끼인 유리창이 끼워져 있다.
그 곳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 즐겨먹던 '돌사탕'과
설탕가루가 뿌려진 '쫄쫄이'가 생각난다.
가게 앞 연탄불에 모여 앉아 사탕을 녹여서 만들어 먹던
'달고나'는 혀끝에 감도는 달콤함 외에도 만들면서 떠는 수다와
국자를 돌리며 한바캉 동네를 돌던 신명도 더해주는 군것질거리였다. 요즘은 먹어도 그 맛이 나질 않는 것은 추억의 깊이 탓일까?

오늘도 옛모습 그대로를 간직해 준
이름모를 이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언젠가는 허물려 버리겠지하는 염려를 하며,
나는 산중턱의 산림욕장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