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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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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게 싸웠습니다.


BY eunsoomin 2001-09-24

금요일 밤....
우리는 모질게 싸웠습니다. 그리고 하루, 이틀이 지나는데...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는 곳은 나의 친구 하나 없는 곳입니다. 물론 친정식구들도 없는 곳이지요.
싸운 뒤 하루가 갔어요. 토요일... 황금같은 주말의 시작이 나에게는 더도 없는 지옥이었습니다.
나에게는 일이 있어요. 일이 끝난 오후 우리는 아무런 말도 없이 점심을 먹었고, 또 이어진 침묵이 시작되었습니다. 아들은 제 옆에서 자고, 저도 졸려 눈을 감았습니다. 거실에서 TV를 보던 남편이 나갔습니다. 한참만에야 들어왔고, 난 그제서야 낮잠에서 일어났습니다. 우리 아이까지도요....
우린 또 말이 없었고, 저녁을 먹었지요.(우린 싸워도 밥은 꼭 챙겨먹는 답니다.) 에꾸준 TV만을 보다 하루가 갔습니다. 남편은 또 나갔습니다. 하지만 밤 12시가 넘어도 들어오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흥~~, 나중에는 걱정이 앞서는데 죽겠더라구요. 거의 1시가 되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난 잠이 들었지요.
그렇게 하루가 갔습니다...... 휴~~~
어디 갈 데도 없고, 하소연 할 데도 없고, 그 답답하기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 되었고, 우리의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은 또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하필이면 이 때 애기 우유와 먹을 거리가 떨어질게 뭐람..... 자존심이 허락치 않았지만 대형마트에 가자고 하니 대답도 없고.... 어휴 짜증나.... 그렇지만 짐이 너무 무거울 것을 생각하니 대형마트를 같이 가자고 해서 갔는데... 이게 웬걸????
마트 앞에서 내리라고 하더니만 남편은 주차장에서 차 시트를 눕히고 쉬고 있는 것이 아니예요.... 그래 해보자. 아들을 카트에 태우고 난 유유히 쇼핑을 하였고, 자판기 커피도 뽑아 한 잔하고... 그래 기다릴려면 기다려라 했습니다. 한 봇짐을 사들고 집으로 왔습니다. 정말 꼴도 보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놀이터를 가자고 했습니다. 사실 갈데가 없는데, 어디 가고는 싶고.... 나왔습니다. 사방이 어둑어둑해졌습니다. 한 시간이 지났을까 집으로 들어가 보니 자기 혼자 라면을 끓여 먹었다라구요. 잘됐다 싶어 나도 혼자 라면을 먹었습니다.
아니.... 그런데.....
대형마트에 갔던 차림으로 잠을 자는 것을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쪼그리고... 하여튼 옹색함의 절정이었죠. 그냥 둘 까 싶었는데...마음이 쏴한게 이상하더라구요. 애처로움만이 있었어요. 그래서 옷을 가라입히면서 제가 남편 품으로 들어갔습니다. 속으로 그랬지요. 밀어내기만 해 봐. 정말 안 봐...라구요. 하지만 남편은 절 꼬옥 안아주었습니다. 그것으로 우리의 모진 싸움은 2박 3일로 끝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