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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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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한결같지 않아서.....


BY 칵테일 2001-01-06


벌써 작년이네요.
구정 연휴가 끝난 얼마 후에 남편과 단둘이 여행을 떠났었습니다.

그래서 우연히 찾아가게된 영덕에서 처음 영덕대게를 먹게 되었지요.

그것도 아주 우연한 기회로 먹게 되었답니다.

우리는 그때까지 영덕대게와 홍게의 차이를 잘 알지 못해서
영덕대게만의 독특한 진미가 있으리란 걸 전혀 몰랐었어요.

그래, 영덕에 가서도 그냥 일반 횟집을 찾아들어 저녁을
먹게 되었었지요.

그런데 자연산 광어를 시켰는데, 회가 마땅치 않게 나왔어요.
스끼다시라고 하는 것도 전혀 없다시피 했을 뿐더러, 회에
가시가 씹혀나오지를 않나.... 기가 막힐 정도였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온갖 횟집을 다 다녀보다 별 희한한 집을
다 만나네싶어, 기분이 몹시 상한 우리 부부는 불쾌한
마음에 음식을 그대로 남겨두고 나왔더랬습니다.

그리고는 허탈해요.
서울횟집과 별반 차이없는 비싼가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서비스와 음식을 막상 보니 화가 나기도 하고요.

그래서 남편이 어차피 이렇게 기분도 망쳤는데, 영덕까지
왔으니 영덕대게나 한번 먹어보자 그래요.

그렇게 찾아가게 되어 처음 맛을 들인 영덕대게였습니다.

그런데 막상 영덕대게를 먹어보니 이것은 정말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독특하고 훌륭한 맛이었어요.

오죽하면 우리는 그 "형편없던 횟집"에 감사하는 마음이
다 들 정도였답니다.

집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우리는 그 영덕대게의 맛을
잊을 수 없어 몇번씩이나 택배를 신청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는 올해들어서도 처음으로 배달을 시켰었지요.
우체국에 입금을 하면 그 다음날 3시 안에 도착이 된답니다.

여기에서 제 실망은 시작되었습니다.
왜냐구요? 제 이야기 한번 들어보세요.

작년 구정 무렵 그 집을 찾아 처음 먹은 이래 꽤 여러번
택배로 영덕대게를 받아 잘 먹었습니다.

10만원에 9마리가 배달되어 오는 데, 우리 3식구가 먹기
에 딱 좋은 양이었지요.

크기도 적당했고, 한번 쪄서 오는 거라 배달 직후 다시
한번 쪄먹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먹기도 편했구요.

그런데 이번에 배달된 것은 너무 실망스럽더군요.

맨처음에 배달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량이 10만원에
9마리인 것은 똑같아요.

하지만 그 게의 크기는 점점 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맨처음에 배달된 것이 가장 크고 좋았고, 점차 크기가
작아지더니 이번에 온 것은 아예 스치로폼 박스 크기
자체도 작아져서 왔더군요.

물론 크기는 지금까지 받아왔던 것에 비해 너무도 작아
서 한눈에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마침 남편이 쉬는 토요일인 오늘은 배달된 것을 남편도
같이 봤는데, 남편도 '이건 너무하다..' 그래요.

그래도 벌써 몇번을 시킨 단골이라면 단골인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싶어 전화를 넣어봤습니다.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나싶어서였습니다.
그래도 그 분들의 양심을 믿고 싶었고, 변명의 기회를
주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 아줌마 말이 그래요.
지금까지 항상 똑같은 사이즈로 보내드렸는데, 오히려
내가 더 이상한 사람이 되더군요.

우리는 눈이 없습니까?
나 혼자 본 것도 아니고 남편과 같이 봤는데, 한번 배달
될 때마다 점점 작아지더니 이제는 아예 박스까지 작아
져서 온 것에 대해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1년에 벌써 대여섯번에 가까운 횟수로 시켰으면 단골이라
할 법도 한데, 너무도 성의없고 무책임한 주인의 말에
아무런 말도 더 하지 않고 그냥 전화를 끊었습니다.

다만 지방이나 대도시나 장사하는 사람들의 상술이 너무
얇팍하다는 실망이 마음을 상하게 하더군요.

처음에 손님이 될 땐 단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다가,
이제는 붙박이 고객이 되었구나 싶으면 본색(?)을 드러
내는 듯한 위선이 싫었습니다.

물론 우리는 어떤 경로로든 다시금 영덕대게를 사서
먹게 되겠지만, 웬지 이젠 그 집과는 이걸로 인연을
다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사람 입장에서는 단지 많은 손님 중에 우리집 하나를
놓치는 결과로 그치겠지만, 아마 그런 식으로 다른 이
들에게도 장사를 한다면 우리처럼 돌아서는 사람도
결코 적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그래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를 모르는 게 아니죠.

다만 좀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꾀를 부리는 것이고,
결국은 제 꾀에 자기가 넘어가는 우를 범하여 실패하는 겁니다.

장사 초기에는 좋은 재료에 정성과 친절로 열심히 하다가,
장사가 어느 일정 궤도에 오르면 재료를 슬쩍 줄이고,
친절도 어느 사이엔가 타성이 되고.....
그러다보면 그 집의 장사수명도 다 하게 되는 거지요.

주변에서 그런 경우 너무나 흔하게 보지 않던가요?

주인은 손님을 일일히 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손님은
분명히 기억하고 그 집을 찾아갑니다.

맛과 분위기, 주인의 친절, 심지어 가격까지도 손님은
그 가게의 모든 것을 다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시골인심이라 몇번의 실망에도 그저 그러려니하고
이해하려했지만, 주인의 적반하장식 이야기를 듣고나서는
이제 마지막 배려도 사라지네요.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