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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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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배추밭을 갈다~~


BY 봄비내린아침 2001-09-23

친정으로 가기위해 집을 나섰다.
남들 다하는 운전, 나도 한번 해보겠다고 운전대를 잡은지 7일째든가?
것도, 남한테 욕얻어먹는것보다야 신랑한테 당하는게 낫지않을까 싶어..
신랑이 퇴근해 오는 저녁시간을 이용, 인근의 한적한 도로를 이용해서 짬짬 하다보니 꽤나 재미가 나기도 했다.

시작할때 신랑이 하던 말
"내, 운전연수하다가 이혼지경까지 간 부부들도 있을정도로 부부간에는 연수 않는다고 하지만, 부부간에도 요로콤 다정하게 연수를 마스트할 수 있다는 표본을 만들고 말겠어~~"

정말,
시작하고 몇날이 지나도록 나의 무신경한 운동신경에 제어 한번 두지않고 험한 말 한마디 뱉어내지않는 신랑이 신통하고 고마웠다..
어떤땐, 버럭 소리지르고 싶어도 자신이 스스로 한 다짐 덕이었던지 마냥 얼굴만 불그락 푸르락 해댈뿐, 나와 눈이 마주치면..씩 웃어주며..
"괜찮아, 당신 잘 한다...누가 옆에서 뭐래도 내 차선만 보고 신호만 잘 지켜가 면 돼, 급하먼 지들이 다 피해가게 되어있어.."

동네 몇바퀴 정도는 돌았지만, 영천으로 가기위해서는 고속도로를 뚫고지나가야 할 지경..

시간이 좀 늦은 탓이었는지 그다지 막히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쌩?? 바람소리를 내지르며 우리차를 앞질러가는 차들의 무서운 질주....
"음메, 기죽는다"

어깨부근은 너무 긴장하고 힘을 준 탓에 근육이 뭉친듯이 결려왔고, 다리는 또 뻣뻣하니..경직되어있었다..
"나, 이거 왜 시작했는고?~~~~~그냥 편하게 살면될낀데.."
그런 생각이 들지않은것도 아니지만, 기왕에 내친걸음이잖은가?
그리고 남들도 다 하는 것 나라고 못할쏘냐..싶은 오기마저 생겨서 눈 부릅뜨고 온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럭저럭 반쯤을 오게 되었고, 휴게소에서 커피한잔을 마셨다.
물론, 아직 서툰 주행쏨씨못지않게 주차쏨씨 또한 가관인지라, 주차하기편한 휴게소입구에 떡하니 차를 세워놓고 한참을 걸어서 커피를 뽑아들었다..

"내가 하까?"
내 어깨부위를 지긋이 눌러주며 신랑이 싱글 웃는다.
"싫다~~~~내가 할끼다"

다시 영천쪽으로 진입하여 무사히 낯익은 골목까지 들어섰다..
"휴우~~~~~~~~"
"당신, 잘했다..첫운전치고 좋았어~~~"
신랑의 말이 채 떨어져내리기도 전에 갑자기 차체가 뒤흔들리면서 춤을 춘다.
'와이카노? 브레이크 밟어라~~"
급한 김에 브레이크 대신 악셀레다를 꾹 눌렀고 급커브길에 위치한 남의 집 배추밭에 고랑을 파며 차가 한바퀴 휘릭리릭~~~~~~~~

"하구구~~"
핸들위에 머리를 박고 한숨을 내리꽂고 있는데..
"내리봐라. 내가 할께"
신랑의 목소리가 무겁다.
"?榮? 집앞인데..뭐 제대로 대놓고 보자~~"
내 대꾸에 신랑 입이 떠억 벌어졌다.
하여간, 내가 생각해도 내 고집은 고래심줄이다.

제대로 차를 파킹시켜놓고 내려와 어둠속에 배추밭을 이리저리 ?어보니....
가관이다.
더, 끔찍했던것은 조금만 더 핸들을 꺾었더라면 아래의 또랑사이로 곤두박질 쳤을일이지않은가?

"이사람아, 그래도 다행인줄 알어.."

언니네와 동생네 그리고 다음달에 결혼할 남동생과 올케될 선은이까지..
다들 먼저 도착해 집안은 시끌벅적하다..

내 애기를 들은 집안식구들은 반쯤은 놀라고 또 반쯤은 웃고.....
"엄마, 배추밭 우짜지?"
기어드는 소리로 내가 물었다.
"처제가 아침에 일나서 호미로 밭고랑 제대로 일궈놓고, 밟힌 무우랑 배추는 제값쳐서 줘야지~~"
형부가 놀리듯이 내 말을 받았다.

아침에 일찍 눈떠 밭으로 내려가 보니, 다행히 그다지 심하게 뭉개지진않았고, 엄마가 밭주인인 이웃분에게 말씀하셔서 그냥 허허 웃고 지나가게 되었다.

아침밥을 챙겨먹고, 다들 대구로 출발을 했다.
"당신, 또 운전할끼이가?"
"당연하지..키 줘 봐봐"
나의 당당함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왕 먹은 마음, 제대로 한번 해보기나 해야하지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