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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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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짐...


BY 프리즘 2001-09-22


날이 으슬으슬 추워지는게 참으로 우리나라의 사계절은

미묘하기만 하다.

에어컨 하나없는 일개 소시민인 나는 유명한 대구시내의

뜨거운 여름날들을 창문에다 현관문까지 몽땅 열어젖히고

강생이마냥 혓바닥을 빼물고 헉헉대며 살아남았다.

바로 엊그제같은 여름이 휘떡~ 도망가고 이젠 반팔셔츠

하나로 감당이 안될만큼 서늘하다.

나라는 사람, 이러니저러니 궁시렁대고 있긴 하지만서도

왠만한 감동이나 슬픔따위 먹는거하나로 해결한다. -_-;



저녁메뉴를 정하려고 0.1초쯤 고민하다가 바로 무릎을 쳤다.



" 아들아~ 오늘은 콩나물로 만든 밥을 먹여주마 "



밥을 미끼삼아 귀한 장손님을 끌어앉혀 콩나물을 한바가지나

다듬고 찬물에 설렁설렁 흔들어 씻으며 시려진 손을 호호~

불어가면서 밥을 앉혔다.

압력밥솥의 추가 칙칙소리를 내며 흔들릴때 쯤이면 새어나오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설명못할 콩나물 냄새.

미친듯이 흔들리며, 달려오는 증기기관차 처럼 소리내던 추가

조용해지면 커다란 냉면그릇을 꺼내어 모락모락 김솟아나는

콩나물밥을 수북하게 담아놓고 바라본다.




갖은 양념 집어넣어 뻑뻑하게 만든 양념간장을 그 위에 얹고

전장에 나선 무사처럼 손아귀에 힘주어 숟가락쥐고 결의에 찬

눈을 부릅뜨고 썩썩비빈다.

된장찌개가 있어도 좋고 시원한 맑은 국이 있어도 좋다.

조금 맵다싶은 양념장때문에 벌개진 혓바닥을 달래기 위해

떠먹는 국물 한숟가락.

손부채를 부쳐가며, 콧잔등위의 땀방울을 닦아가며 정신없이

퍼먹는 아들래미의 부산스런 식사장면을 보자니 뿌듯하다.




꺼억~ 소리도 요란하게 뜨끈한 숭늉을 들이키고서 더이상

바랄게 없다는 듯 배내밀고 물러앉은 밥상머리에서 생각한다.





' 이씨......살빼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