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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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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축하전화 .


BY 안진호 2001-09-20

와글와글 시끄러운 식당안.
점심식사중에 핸드폰이 울렸다.
시끄러움때문에 급히 밖으로 뛰어나와
실례가 안되도록
입속들어있는 밥을 얼른 씹어삼키며
공손히 전화를 받았다.
여성의 상냥한 목소리였다.
'여기 신한비잔데요.'

과거에도 몇번 그런전화를 받았던터라
무슨 선전하려는 것인가해서,
문득 경직되었지만 그래도 내가 이용하는 회사라
전후사정도 모른채 냉냉히 대할 수없어
밥먹던 기분을 죽이고
식당현관앞에 쭈구리고앉아 주의깊게 응대했다.

'오늘 결혼기념일이시죠.
저희가 축하카드를 보내드리려 합니다
사장님이 사모님앞으로 보내는 카드문구를
저희가 써놨는데 마음에드실려는지 한번 읽어봐드릴까요?'
(이거 뭐, 욕이야 썼겠냐만은
그래도 내명의로 썼다는데 내용은 알고있어야되지 않겠나)

'네 감사합니다. 읽어봐주세요.'

'사랑하는........
.........사랑하는 당신의 남편으로부터..
마음에 드십니까?'
(구구절절히 옳은말이다
실제심정이 그렇지 않다해도 좋은 말만
순열조합시켜놨는데 싫다할 사람있겠는가)

'아 녜..'

'그럼 이카드와 진주목거리를 오늘 댁으로
오후 6시까지 보내드리겠습니다.'
(웬 진주목거리까지,
하긴 가끔씩 오는 안내장과 VIP 대우 어쩌구하면서
주방기구세트등 선물상자를 보내왔던 것을 떠올리며,
이미테이션 목거리도 보내려하나보다 하며.)

'아, 그시간엔 집에 아무도 없는데요.
집사람 직장으로....'
(직장으로 보내면 생색도 날 것같아서..속 보인다보여..)

'네 그럼 직장주소를 가르쳐주시고,
결제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 결제?? 무슨 결제요?'

'아, 이 진주목걸이는 케럿트가 어쩌구 저쩌구...
카드로 결제하셔도 되고...'
(그럼 그렇지, 그렇구 그랬구나. 그럴리가 없지. 그렇구말구...)

분명하게 거절의사를 밝히고 전화를 끊었다.

(이놈아 바랄걸 바래야지.
우리는 뭐 먹고사냐?
공짜 너무 좋아하지마라. 이놈아)
이러는 듯 귓가에 맴맴 돈다

희롱당한 기분이었다.
카드회사에서 통신판매를하나?
아님 요즘 유행한다는 정보유출?

주유소고 어디고 카드를 만들어주며
신상명세 결혼기념일 생일등등을 적으라하는 게
다 이유가 있었구나
앞으론 이런내용도 숨겨야겠군..
이미 흘러나간 건?

맛있게 먹던 점심을 맛없게 끝내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