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중국의 이 회사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433

나의 길(25)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거.....*


BY 쟈스민 2001-09-20

어느날 오후에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나이가 지긋하신 남자분의 목소리였는데
내가 알고 있는 어느 목사님의 목소리와 흡사한 것도 같았다.

보통의 예로 보면 전화를 건 사람이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히는 게 예의로 알고 있지만
그 분은 나를 아주 잘 알고, 절친한 사이에서 그러하듯 아주
편안하게 이야기를 건네신다.

처음엔 실수할까봐 조심 조심 목소리를 가늠하다 보니
예전에 함께 일하시던 상사였다.
벌써 한 오년의 세월이 흐른 듯 하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내 살기에 바빠서 소식전한지가 까마득하여서
아주 많이 죄송스러운 분이셨다.

얼마전에 사내에서 발간하는 회보지에 짤막한 글 한편을
옆에 직원의 권유로 올린 적이 있다.

지금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는 그 글을
서울에 계시는 그 분은 벌써 읽어 보시고는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옛날 생각이 나서
전화를 하셨다고 하신다.

한 직장에 오래 다니다 보니 이런 즐거움은
참 각별하기만 하다.

예전에 함께 일하던 시절에
그 분은 유난히 배려가 많으시고
직원들이 갖고 있는 개개인의 능력을 참으로 좋게
평가해 주시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여 주시는
정말 존경하고 픈 분이셨는데.....

지금은 오십대를 넘어서신지 아마 한참되었지 싶다.

자그마한 키가 조금은 왜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내면에 숨겨진 강직함과 성실한 면이
늘 귀감이 되시던 분이시다.

나에게 예전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좋아보인다는 말씀을 하시며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물으신다.

서울에 오면 꼭 한번 들러서
서로 못다한 이야기 나누자고
그 당시 함께 근무하던 동료들의 안부까지
친히 다 전해주신다.

어르신이자 상사이신 그 분.....
내가 정말로 많은 은혜를 입은 그 분께
전화라도 드려서 안부 인사 챙기며 살아야 하건만
나는 어찌하여 무엇이 바쁘다고 그런 일들을
무심히 지나쳤을까 부끄러운 마음이 고개를 떨구게 한다.

너무도 반가웠고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좋은 기억으로
오랫동안 간직하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마냥 행복하게 하고 있었다.

살아가면서 누군가에 대한 좋은 기억만 쌓아두고
가끔씩 이렇게 추억으로 꺼내서
자신을 비추어 보는 시간속으로
나만의 여행을 떠나보는 일은
참 멋질 거라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는 저마다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이들을 만날까?
그 만남 중에서 우리 곁에 오래 머물수 있는 만남은
또 얼마만큼일까?
새삼 내 살아온 날들을 되돌이켜 보게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때때로 수직관계로 이루어져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나이와, 직위를 초월하여 이렇듯 인간적인 친밀함으로
서로 염려하고 걱정해 주고 오랫동안 기억해 준다는 일
처럼 고마운 일도 없지 싶다.

문명의 이기는 사람들로 하여금 빨리 빨리를 외쳐대게
만들고,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부터
사람들은 전화도 그 전보다는 덜 하는 것 같다.

전화로, 메일로 안부를 전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담아 직접 써내려간 한 통의 편지가
어느새 그리워지고 만다.

이즈음 같이 좋은 계절에는
나의 기억속에 살아 있는 이들에게
편지글이라도 적어 봐야 할 까보다.

누군가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건
내 생활에 작은 변화를 준 것 같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누군가가 나를 좋은 기억으로
떠올려 주고 있다는 건
생각만 해도 기분좋은 일이다.

나 또한 내가 알고 있는 이들을 좋은 기억으로
오래 남겨둘수 있게 모든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야 겠다.

상큼한 바람이 코끝에 맴도는 아침이다.

전화선을 타고 온 목소리는 그리움이 되어
간절한 보고픔을 남겨 두었다.

우리 다시 만나는 날
아름답게 추억할 꺼리들을 만들어 내는
그런 하루가 되어야지.....

보고 싶은 이들이 자꾸만 늘어가는
하루 하루가 된다면
그래도 잘 살아내고 있다고 할 수가 있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