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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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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눈을 밟으며


BY 세실리아 2001-01-03

1월1일밤 갑자기 밖을 내다보고 깜짝 놀랐다. 눈이 오고 있었다.나와 남편은 여의도 공원에 나가 보기로 했다.그때 시각은 밤10시.쌍동이 빌딩 앞에서는 눈을 치우느라고 아주 바빴다.이 시간에도 내일 아침 출근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떠올라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물론 돈 받고 하는 일이지만 그래도 밤늦게 일하는 젊은이 들을 바라보며 참 대견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날 밤 여의도 공원에는 아무도 없이 고즈넉했다.나와 남편의 발소리가 정말로 뽀드득 뽀드득 들리는 것이아닌가? 얼마나 오랫만에 들어보는 소리인가?그러면서 아무도 밟지 않은 그길을 밟고 다니는 것이 미안했다. 내일 아침 일찍 눈사람 만들려고 나온 아이들이 눈 위의발자국을 보고 실망할 것같아서..나와 남편은 눈위에 꽃도 만들고 그러면서 한바퀴를 쭉 돌았다. 결혼 생활 20여년이 넘어서면서 느끼는 감정. 여기까지 무사히 와준 우리들의 생활에 무척 고마운 마음이 들고 내 스스로 대견한 마음이 들었다.젊어서 여러가지 문제로 아웅다웅하고 시어른한테 섭섭했던 마음. 그리고 늘 아이들에게 과도한 기대로 괴로움을 주었던일들. 또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며느리는 허가맡은 종인데 하면서 끝없는 희생을 요구하시지만 전혀 들은 척도 안하는 며느리.참으로 한국이라는 사회에서 인습이라는 굴레에서의모든 희생자들.지금은 모두가 가엾게 여겨지는 것은 다 늙고 또한 나도 늙어가면서 너그러워진 마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이제는 늙어가면서 나에게 더욱더 기대는 남편을 보며 , 이렇게 살다 조용히 사라지는 것을 하는 마음이 드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