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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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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외 짱아치의 얕은 맛!!


BY wynyungsoo 2001-09-14

내가 사는 이지역은 5일에 한 번씩 재래식 장이 선다.
나는 장날이 오면 별로 살 것이 없어도 가끔 씩 장 구경을 간다.

재래식 장 날에는 현대 마트에서는 만날 수 없는 진풍경들을 만날 수 있음에 풍요롭고, 고향의 향수 같은 것, 그 무엇이 느껴진다. 해서 그런 신토불이 진풍경도 구경하러 가곤한다.

장 날마다 장에가면 만나는 할머님이 계시다. 그 할머님은 다리가 많이 불편하셔서 좌판을 벌려놓고서는 왼 쪽다리는 쭉 펴고 늘 앉아계신다. 처음에는 궁금해서 나는 할머님께 여쭤보았다. 했더니 할머님께서는 관절염으로 다리의 무릎이 부드럽질 못해서 늘 많이 아프다고 하셨다.

할머님의 좌판에는 별로 돈 될거라곤 없고 당신이 텃밭에서 조금씩 일구신 푸성귀들이 전부다. 할머님은 스스로 당신 용채를 마련해서 쓰시는 것 같아서, 나는 부추나 상추 또 실파를 팔아 들이면서, 다음 장 날에도 또 나오시라고 농담도 건내면 할머님은, "암 암"하시며 너털웃음으로 내 물음에 답을 대신주신다.

장 날 장구경을 갈 때면 먼저 할머님께서 앉아계신 자리부터 눈이 가곤한다. 혹시 할머님이 장날 결석이라고 하시는 날은 왠지 궁금하고 다리가 더 아프셔서 못나오셨나보다.하고 신경이 쓰인다.

할머님을 뒤로하고 떠들석한 자리로 가보니. 노란색의 끝 물 참외를 수북히 쌓아놓고 "공짜에요~" 하면서 팔고 있었다. 해서, 나도 5천 원어치를 골라담았더니 정말로 한 보따리나 되었다.

장 날 진풍경도 한 보따리 담고, 할머님한테 산 푸성귀도 한 보따리 담고, 끝 물인 노란참외도 한 보따리 담고 했더니 손수레가 너무 무겁다는 듯, 미니 바퀴에서 짜증인지!! 가을 노래인지!! 씨궁쎄궁하고 계속 고음 세레나데로♪♪,,,외쳐댄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내 귀를 멍멍하도록 손수레 바퀴는 통증의 함성을 토해내곤 했다. 나는 참외를 배를 모두 갈라서 씨를 빼내고 간간한 소금물에 담가 돌을 지질러 놓았다. 한 일주일 정도면 소금물을 먹은 참외는 쪼글쪼글!! 아마도 할머니 참외로 폭싹 늙어버릴 것이다.

내심으론 좀 미안하긴 하지만, 어쩌겠는가, 늙어버린 참외 쪽들은 그늘에서 잘 건조를 시켜서 묵은 된장과 고추장에 콕콕 박아놓으면, 일 년 쯤되면은 아주 색깔도 예쁘게 맛있는 밑 반찬으론 제격이니, 내가 늘 연중 행사로 준비하는 우리 집 만의 신토불이 밑 반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