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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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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잃어버린 사람들


BY Suzy 2000-12-23

대 부분의 사람 들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갖은 사람을 좋아한다.

열 가지의 단점 보다 그 한 가지 가 나를 매료 시키기 도 한다.

F; 내가 갖지못한 조건 없는 사랑과 성실함 을 갖은 내가 좋아하던 친구이다.

그녀 를 만난것은 우리 큰 애가 유치원 을 갈 무렵 이었다.

난 세번째 아이를 임신했고 직업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유치원 뒷바라지가 만만치 않을 때였다.

소풍 때는 우리 몫까지 도시락 을 준비 했고 내가 못가는 유치원 모임엔 내 대신 우리애를 돌봐 주었다.

그녀가 소아마비로 사지가 불편한 시동생을 국민학교 부터 업어서 키워 대학 까지 보낸걸 알고난 후엔 친구가 된걸 더욱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어느날 그 시 동생의 스쿠터? 같은 장애인용 오토바이 뒤에 딸 셋 뒤에 얻은 외 아들과 아무렇지도 않게 함께 타는 그녀를 보고 나는 다시 한번 감탄했다.

옹졸한 나는 내 남편이 초보운전일때 나는 물론이고 애들도 못 태우게 했으니까...

시어머니, 시누이, 남편, 아이들 넷,
대가족 살림을 하면서도 불편한 시동생을 항상 깨끗이 씻기고 보살피고, 업고 다녔다.

내게 그녀는 태산 만큼 대단해 보였다, 내가 볼수 있는 천사였다.

어느 사람이 내게 물었다, "그 집이 그렇게 부자라며...?"
얼만큼 부자인지는 몰라도 물려받은 재산으로 좋은 환경에서 넉넉히 사는건 사실이었다.

"그 집이 땅 투기 한다며...?"
잘은 몰라도 물려받은 땅 한자락을 팔아 다른걸 샀다는 말을 그녀에게서 들었었다.

나도 모르는 루머가 몇 년간 굴러 다녔다.

88 올림픽 이후 우리 동네도 아파트 바람이 불었다.

어느날 느닷없이 그녀가 적지 않은 돈을 꾸어 달랬다.
난 모아둔 적금과 예금을 몽땅 털어 마련해 주었다.

며칠후 그녀가 계란 한줄을 들고 왔다.
"고마워, 네 덕분에 돈 벌었어" 그 돈으로 아파트 투기를 한것이었다.

사람의 욕심이 한계가 없음을 보았지만 내가 신뢰하는 그녀임에야...

그 다음부터 그녀의 주변에는 온갖 루머가 떠나지 않았다.
소문 못지않게 그녀의 외형 또한 놀랍도록 나날이 변해갔다.

호텔 사우나에만 간다는둥, 보석이 다이애나 보다 많다는둥, 유명 디자이너 옷만 입는다는둥..... 난 반신 반의 했다.

정말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할수 있을가?

그 후로는 그녀를 만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는 모임도 많았고 볼일도 많아 시간을 내기가 어려웠다.

언젠가 겨우 한번 우리집에 들른 그녀는 미니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큰 애꺼 입었구나" 내가 웃으며 눈흘기자,
"내꺼야!" 그녀는 서슴없이 맞 받았다.

그녀가 시집 살이 에서 받은 스트레스에서 풀려 날수 있다면 치마가 짧으면 좀 어떠랴!
난 스스로 합리화 시켰다.

그래도 그녀는 내 친구였다, 소아마비 시동생을 업어키운.....!

몇년전 아침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간 나는 아직 쌀쌀한 초 봄임에도 날아갈듯 잠자리같은 봄옷을 팔랑이며 걸어오는 여인을 무심히 바라보았다.(추울텐데.....)

"어머, 왼일이니?" 그녀, F 가 반색을 했다.
그녀는 지금 막 팻션화보 에서 튀어 나온듯 말갛게 비치는 씨 드루 팻션으로 겹겹이 휘감고 있었다.

" 나 이혼했어" 그녀의 집에는 별다른 살림살이 없이 어딘가 허전했다.

난 사실을 잘 모른다,
누구말로는 그녀가 바람이 났다고 하고, 그녀는 남편이 그렇다 했다.

어쨋거나 내가 보는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재산은 부도가 나서 날라갔고, 그들은 이혼 했고.....

허무했다! 허무 말고는 다른 단어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얼마후, 내가 그녀를 찾았을 때는 이사 가고 없었다.

"몇달 밖에 안 살았어요, 자정쯤 아주 캄캄 할때 이사했어요."
아파트 경비아저씨가 친절했지만 난 인사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 왔다.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변하게 했을가?
돈? 사랑?? 자유???

그녀는 아직도 아프게 내게 남아있다, 그러나 지우련다!

그녀를 과거로부터 자유롭게 해 줄수 있다면...
그것이 진정 그녀가 찾은 신세계라면...

아픔을 참으며 또 한점을 지운다, 바보같이........!!!

그래도 이런 년말에는 안부카드라도 보낼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립다"고 쓰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