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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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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징글징글 오징어 개 눔의 개미


BY sj64 2001-08-29

일요일 오후
아들녀석 앞세우고 산책 나간다던 남편
십분도 채 못되 들어왔다.

-회좀 먹어보드라고~오
-오잉? 무신 횐디?

초친 새우마냥 폴짝거림서 현관문 앞에
단숨에 착지,

(누가 운 좀 띄워줘여)

아-아
뿔-뿔따구가
싸-싸정없이 소용돌이 쳐오네

신선한 살점들이 번들번들한 랩지 속에
나란히 누워 날 잡아 잡숴
할 줄 알고 한쪽 눈은 어느새
젓가락을 찾으며
울 남편 모처럼만에 기쁨조 노릇 해주는가 싶었는데

협조 안 해주데요~~~~~~꽝

껌정봉다리 속에
숨넘어간 오징어가
양다리 아니, 열다리 걸치고
말 그대로 날 잡아 잡숴하고
자포자기하고 있드만요

-이게 무슨 횟?
-방금 죽은거니께 암시랑토안해
-이봐여! 한마리를 묵드래도 제대로 된걸 묵어야제
-아니랑께에? 시방 살아서 쩍쩍 달라붙는것이 보이구만

살아서 쩍쩍 달라 붙는 것 찾는다고
글잖아도 작은 눈 가늘게 접어가며
투시를 해 보는 모양인디
어뜬 놈이 살아 쩍쩍 거리기는 커녕
마지막 몸부림이라도 치는 놈이 보여야제

여름 철,
비브리오패혈증,
어른 아이 없이 좋은 꼴 못본다.
119 구급대 차 타고 싶으냐.
아니면 9시 뉴스에 나와
세상사람들에게 또 한 번 경종을 울리는
희생타가 되고 싶으냐......
기타등등 오고가다

한보따리 오징어를 냉동실에
던져두었다.

드뎌, 저녁시간
죽기 아니면 살기로

잠시전 냉동실에서 그나마 나쁜 것들이
동사하기를 바라맞이하며

(이러는 우리 둘 무식의 극치를 달리며)

오징어 회 무침을 해냈다.

-묵지마러, 죽어도 나 혼자 죽을 띵께
-이런거 묵고 죽어?R짜 때깔도 않나
죽고 나믄 새끼들하고 나만 고생하라고?
같이 죽어주지~~~~~~

우리 네 식구 최후의 만찬을 즐겼다.
깻잎의 그 환한 맛과 향도 마지막이려니
양파의 매콤하고도 달착지근 한 맛도 마지막이려니
숭덩숭덩 톡 쏘는 풋 고추
고향집 고추장 한 국자
.
.
.
비장한 각오로 음미하며
(사실 더할나위 없는 심정으로 기도까지 했음, 무사히 살게 해달라고)

시계를 보았다.
오후 일곱시! ! !
최소한 네시간 후면 증세가 나타나도 난다고 했겠다.
.
.
.
아니나 다를까
비몽사몽 몸이 가렵고
톡톡 쏘는 기분이 들고
열이 나고

난 망설임없이 아이들 방문을 열고
더듬더듬 콧김을 쐬보니
예전과 다름없는 달콤한 잠에 빠져있었다.
그러나 내 다리엔 뭔가 걸리는게
부풀어 올라있는게 분명했다

-이봐여, 여~여기 만져봐, 뭐가 잡히지? 맞지?
-아, 알았어,
차 차말로 걸리네
-부~부울 불 켜봐
뿔그작작한 반점인지 봐야지

왜, 당장 불 켤 생각을 못했을까

그 그런데 시상에나
정확히 열한시쯤
그러니까 네시간이 지난 시간이드만요

-엄마야! 이것 진짜 빨간색이잖아
-일단 부풀믄 삐란색이제 파란색인감
그라고 아까부터 긁었싸트만
-어쨌든 그 오징어 탓이짓!!!
책임져여,
아,
아니지, 나 죽고나믄 책임 질 일도 없이 해결이 쉽겠구만

한참을 주절거리고 있자니

-침이나 발러
-지금 침이나 발러서 해결 날 일이야
그러고보니 완전범죄를 노리고....날 이대로 방치해두면 알지?
-침이나 바르라고~
-못 발라 침!!!
-책임져 줄띵께 침바르고 잠이나 자아?

남편은 슬그머니 침 묻은 검지 손가락을
내 눈 밑에 바짝 들이밀고

-요것이 다름아닌 저승사자여, 저승사자~~~~~~~~~!!!

한방울 침속엔 개미 눈알만한 개미새끼 한마리가
둥둥 떠 다님서 오징어 행세를 하고 있더만요

-이 개 눔의....사이끼!